▲쓰보야 도자기질감이 생동감 넘친다.
노시경
현대적이고 편안한 느낌의 오키나와 도자기오키나와의 도자기들은 소박하고 간단한 듯 하면서도 참 예쁘다. 일본 본토의 도자기들처럼 깔끔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찌 보면 더 현대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300년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쓰보야 도자기의 생동감 넘치는 질감은 참 특징적이다. 이 도자기들의 이러한 특징은 이곳이 일본 본토와 다른 독자적 문화를 창조했던 류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도자기 그릇 몇 개를 샀다. 밥그릇과 국그릇, 그리고 여러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접시 도자기를 샀다. 주인 아주머니는 도자기가 깨질까봐 아주 조심조심 포장을 하는데 이곳에서도 역시 신문지가 포장지로 요긴하게 쓰인다.
옆에 있던 아내가 예상치 않게 가게주인 아주머니에게 도자기를 여러 개 샀으니 할인을 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친절했던 아주머니의 얼굴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 일본 사람들의 친절은 본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해 주겠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그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그릇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할인을 해주겠다고 한다. 나는 가격이 표시되어 판매되는 도자기가 정찰제로 유명한 일본에서 할인이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런 일본에서 할인해 달라고 우기는 아내도 더욱 웃겼다.
그런데 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현금으로 내야만 할인이 가능하고 카드로 결제하면 원래 가격을 받겠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일본여행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현금 우대 가게를 만나면서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나는 오키나와 도자기를 사면서 일본 지폐 현금을 사용했다. 그런데 오키나와를 계속 여행하면서 보니 오키나와는 시골 쪽으로 들어갈수록 신용카드를 받지 않은 곳이 많았다. 이 도자기 가게에서의 현금 사용은 오키나와 여행 내내 엔화 현금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사실 나의 흥미를 끌었던 것은 쓰보야 도자기마을이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도공들이 남긴 전통 도자기 굽는 법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었다. 오키나와에 흩어져 있던 자기 굽는 가마가 조선인 도공들의 도예법을 익혔다는 것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사실이다.
이는 임진왜란 전까지 일본 본토도 자기를 만드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도공들이 가장 많이 끌려간 곳이 오키나와에서 북단으로 이어지는 규슈(九州)이기 때문에 규슈에 상륙한 조선의 선진 도자기 문화는 바다를 따라 오키나와로 전해져 내려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쓰보야의 도자기들은 왠지 더욱 각별하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일본 본토의 도자기들이 화려하고 큰 형태로 꽃을 피웠지만 오키나와 도자기는 단순하면서도 작고 현대적인 모습이 조선의 도자기와 더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