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주요국의 사회적 지출 추이
김원섭
독일이 복지 국가의 지출이 높고 발전한 것은 복지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양적인 특징이다. 복지의 수요를 유발하는 것이 실업과 고령화다. 고령화 지수를 보면 세계 2위이며, 실업률은 8~10%로 다른 나라에 비해 실업률이 높다.
독일의 복지지출이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이라면, 우리나라 복지 지출의 증가율은 다이나믹하다. 1950년대 말부터 1970년 초까지 소위 복지국가 황금기에 10개 주요 복지국가의 복지지출이 평균지출 6.5%였는데 우리나라가 현재 8%가 넘고 있다. 복지국가 황금기 보다 지출로 보면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서구에서 복지국가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복지국가에 대한 정치적인 합의다. 우리나라도 복지 지출로만 보면 복지국가에 대한 합의가 있다. 누가 정권을 잡든 복지는 서구보다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독일이 양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복지제도의 구성에 있어서는 공통적이다. 복지제도 전체에서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1년 기준으로 32%, 건강보험이 24.5%, 장기요양 2.8%, 실업보험 3.7%, 산재보험 1.5%, 공무원 복지가 7.6% 등 대부분이 사회보험에 지출된다. 독일은 한마디로 '사회보험 국가(Social Insurance State)'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1995~2007년까지 복지지출 구성을 보면 사회보험이 65% 수준으로 그 비중이 크게 달라진 적이 없다. 국민생활보장법 이후에 사회부조가 증가하긴 했지만 사회부조와 서비스는 아직 낮은 수준이고, 복지지출의 구성만 본다면 우리나라도 독일 모델처럼 사회보험 국가라 할 수 있다.
독일은 복지 지출에 있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기여금이 복지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스웨덴이 70% 수준이라면 독일은 50% 정도로 미국, 영국보다는 높게 나타난다.
다음으로 독일의 복지형태는 크게 '사회부조, 사회보험, 보편적 수당'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부조는 결핍한 사람에게, 사회보험은 기여금을 납부한 사람에게, 보편적 수당은 시민의 지위를 가지면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사회부조와 보편적 수당은 세금으로, 사회보험은 보험료로 충당한다.
장점은 사회부조가 비용대비 효용이 뛰어나고, 사회보험은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기 때문에 근로유인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보편적 수당은 복지의 사각지대 없이 모든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사회보험의 경우 비경제활동인구가 배제되는 문제가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가족 중 부양자한테 복지혜택을 제공하면 가족 전체에 그 혜택이 고루 간 반면, 탈산업 사회가 되면서 가족이 해체되고, 실업률이 올라가서 복지사각지대가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사회부조는 도움을 받는 낙인효과(Stigma) 문제가 있고, 행정비용이 크다. 우리나라가 소득을 파악하는 인프라가 구축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부조가 확대되기 어렵다. 보편적 수당은 일을 하지 않아도 급여를 받기 때문에 근로유인에 부정적이다.
다음으로 복지국가의 사회적 배경과 이념에 대해 설명하겠다. 독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회 안정'의 문제다. 독일은 영국처럼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스웨덴처럼 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를 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질서를 깨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사회복지를 한 것이다. 독일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서다.
보수주의 복지국가의 사회 보험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탈산업화되면서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조기퇴직, 노동시간 단축의 조치(폭스바겐 같은 경우 주 30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58세가 되면 대부분 은퇴)가 있었는데 일하는 사람이 적어지니깐 사회보험료가 오르고, 사회보험이 올라가니깐 다시 노동비용이 올라가서 실업률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
이후 '적녹 연합정부'가 독일식 제3의길 주장하면서 상당한 변화가 이뤄졌다. 노동시장에서의 하르쯔 레폼, 연금개혁(리스터 연금) 등이 이뤄졌다.
'하르쯔 레폼'의 핵심은 실업부조를 없애고, 대신 사회부조를 근로 능력이 없는 사람은 이전보다 확실하게 많은 보장을 해주고, 근로 능력이 있으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개혁했다.
'리스터 연금'은 국민연금을 48%에서 38%까지 점차 줄이되 국가가 지원하는 개인 연금을 도입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기여금을 내고, 기업은 기여금을 내지 않는 대신 국가가 보조를 해주어 기업의 임금비용을 줄여 복지의 단점을 완화하는 개혁이었다.
대연정 시대에는 가족정책의 변화가 중요한 변화다. 양육수당 대신 부모수당을 주도록 메르켈 정부가 바꿨다. 부모가 아이를 낳아 쉬게 되면 12개월까지 이전 소득의 67%를 주는 것이다. 지금은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상당히 많이 증가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사회보험 제도가 완전히 바뀌지는 않지만 노동비용효과, 복지사각지대를 완화하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사회보험을 줄이는 정책, 또 한편으로는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 등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독일 제도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