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미용실의 수준이 도시보다 떨어지는 것은 자기개발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신광태
"너 머리 어디서 깎았니?""왜? 괜찮아 보여?""아니 그게 아니라…. 어디인지 알려주면 거기 가지 않으려고."
지난주 월요일, 출근해 자판기 커피를 뽑는 내게 동료 직원이 물었다. 여자 직원들이 동료의 옷이나 향수가 바뀌었을 때 "어디서 샀느냐" "얼마에 구입했느냐" 등을 묻는 건 익히 보아왔지만, 남자직원이 내게 머리를 어디서 깎았는지 묻는 건 다소 생소했다. 그것도 머리 깎은 곳을 알려주면 그곳에 가지 않기 위해 묻는 거란다.
내 머리 스타일이 인민군 졸병처럼 변했다최근 나는 화천 읍내에 있는 어느 미장원에 들렀다. "남자가 나이를 먹었으면 이발관으로 가야지 무슨 미장원이냐"는 어느 친구의 말에도 난 아랑곳하지 않고 미장원을 다녔다. 일단 신속하기 때문이다. 또 면도는 집에서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이발관보다 미장원을 찾는다. 특별히 단골이랄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가던 곳만 간다.
그날도 평소에 다니던 미용실에 들렀더니, 개인적인 사정으로 임시 휴일이란 푯말이 보였다. 화천시장 쪽으로 들어서는데 OO미용실이란 간판이 눈에 보였다. 일단 깨끗하다는 생각에 들어섰다.
"머리숱만 좀 쳐 주시고 살짝 다듬어 주실래요?" 앉자마자 가위를 들고 달려드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 말했다. 어떤 스타일로 할지 묻지도 않고 가위부터 들고 접근하는 게 못 미더워서였다. 아주머니는 멈칫 하더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
난 분명히 "살짝 다듬어만 달라"고 했는데, 아주머니는 자꾸 자르기를 반복한다. 오른쪽 옆머리를 보더니 왼쪽을 자르고 다시 왼쪽 면을 보더니 오른쪽 머리를 더 자른다.
"다듬어만 달라니까요""지금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오히려 주인이 큰소리다. 가만 보니까 주인은 내 머리의 오른쪽과 왼쪽을 비교해 보다가 왼쪽이 길면 오른쪽을 더 자르고, 다시 오른쪽이 길면 왼쪽 자르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내 머리는 다듬어진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잘려져 짧은 스포츠 머리로 변했다.
"전에 어디에서 깎으셨어요. 균형을 맞추느라고 힘들었어요. 괜찮죠?""괜찮긴 제기랄…."이라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참았다. 누가 다듬어만 달라고 했지 균형 맞추어 달라고 했나. 결국 내 머리는 인민군 졸병처럼 되어 버렸다.
왜 시골 미용실은 이 모양일까. 문득 몇년 전 부산 출장 갔을 때가 생각났다. 다음날 발표가 있기 때문에 머리 손질을 위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제법 큰 미용실에 들렀다.
"담당 헤어디자이너 선생님 있으세요?"뭔 소린가. 미용사면 미용사지 헤어디자이너는 또 뭔가. 그냥 아무나 와서 깎아주면 되는 거 아닌가. 없다고 했더니 어느 여성분이 상냥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시골에서 오셨죠?""제 얼굴이 좀 시커멓죠?"얼굴 때문에 그렇게 묻는 줄 알았다. 그랬더니 머리 스타일 때문이란다.
"요즘은 옆머리가 이렇게 튀어나오게 안 하고 반듯하게 일자로 하는 추세예요."아…. '추세'도 있구나. 사실 '까짓거 대충 지저분하지만 않게 다듬으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는데, 그때서야 '커트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구나' 싶었다.
아내가 미용도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