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기장들도 국토부 철도 민영화 '제동'

[현장] "사고↑, 요금↑ 불보듯 뻔해"... "국토부 법인 세우면 총파업"

등록 2013.07.01 13:49수정 2013.07.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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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KTX 기장 전원이 국토부가 설립을 유도키로 하며 민영화 논란을 빚고 있는 수서발 KTX 운영사로 전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대선후보 시절 국민 동의 없이 철도, 가스 등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민영화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철도공사 노조는 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KTX 기장 및 열차팀장 150여 명과 함께 철도민영화 반대 및 전직거부 기자회견을 가졌다. KTX 기장들은 이날 "국토교통부의 발표와 같이 철도를 분할하고 민영화하는 것은 철도의 안전성과 정시성을 포함한 철도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면서 "철도공사를 제외한 어떤 철도운영사로도 전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직 KTX 기장 및 열차팀장 150여 명이 1일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직 KTX 기장 및 열차팀장 150여 명이 1일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동환

"정부가 민간합동방식 '꼼수'로 또다시 민영화 추진"

기장 및 열차팀장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로 국토부가 또다시 철도 분할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의남 철도노조 서울고속기관차승무지부장은 선언문에서 "국토부가 철도 민영화를 하려다 국민적인 반대에 부딪치자 민간합동방식이라는 꼼수로 또다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개적인 대국민 토론회 한 번 할 자신도 없으니까 밀실에서 졸속적으로 진행하는 저들의 행태를 보고 현장에서 고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기장과 열차팀장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로 안전과 요금인상 문제를 거론했다. 직접 열차를 모는 입장에서 보기에는 국토부 계획대로 수서발 KTX 운영을 자회사에 맡겼을 경우 요금 인상과 잦은 사고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진원 기장은 "철도는 모든 작업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한 개의 철로에 두 개의 회사에서 고속철도를 운용하면 그만큼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김영규 서울고속열차지부장은 "국토부가 말하는 민자 투자가 포함된 경쟁체제로 가면 몇 년 이내 요금인상이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민자 투자가 들어간 지하철 9호선 역시 운행을 시작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요금을 50% 인상하려다 국민적인 반대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국토부는 현직 기장들이 전직하지 않으면 철도면허를 가진 퇴직자들을 선발해 7~8개월 훈련하고 투입시킨다는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장들은 최소 15년 이상 연속적으로 철도를 운영한 사람들인데 국토부가 고용한 퇴직자들이 고작 8개월 훈련받고 안전한 철도와 국민들 생명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1일 철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가진 현직 KTX 기장 및 열차팀장들이 전직거부 선언서에 손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1일 철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가진 현직 KTX 기장 및 열차팀장들이 전직거부 선언서에 손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김동환

"연기금 팔 비틀어 만든 70% 투자분... 결국 대기업에 갈 것"


국토부는 앞서 지난달 26일 수서발 KTX 운영권을 철도공사가 30%, 연기금이 70% 출자한 합작 회사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연기금 출자분은 민간 매각이 불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기금 측은 지난달 28일 이같은 투자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 일이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국토부가 얼마나 졸속적으로 민영화를 밀어붙이는지 잘 드러나는 사례라는 것이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국민연금은 수서발 운영사에 투자할 의향이 없다고 하는데 국토부가 이 일을 진행한다는 것은 연기금의 팔을 비틀어 사게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매입된 지분은 결국 대기업이나 외국 자본에 2차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연기금 투자분을 민간에 넘길 수 없게 정관에 명시하겠다는 국토부 해명도 허구라고 꼬집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영회에서 얼마든지 정관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연기금 지분 70%는 결국 재벌 특혜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 없이 민영화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철도노조 측은 이날 국토부의 졸속 추진이 계속될 경우 전면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철도노조는 지난달 28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총파업 의향 투표를 벌여 89.7%의 찬성표를 받은 바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국토부가 이르면 8월 안에 수서발 KTX 운영 법인을 설립하게 할 수 있을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럴 경우 총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철도민영화 #국토교통부 #철도노조 #KTX #수서발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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