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조합원, 눈물로 '세상 향해 외치다'

보건의료노조 지부 '진솔한 이야기' 밝혀... "지금 나가면 강성귀족 인정하는 셈"

등록 2013.07.01 14:41수정 2013.07.0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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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호소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휴·폐업에 이어 해산 공포까지 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1일 오전, 진주의료원 직원들은 그동안 겪은 고통을 털어놓으면서 '의료원을 살리자'고 세상을 향해 외쳤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는 진주의료원 대강당에서 '진주의료원 조합원들의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동안 활동해온 사진을 담은 영상을 상영한 뒤, 6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공포를 하기로 한 7월 1일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의료원 대강당에서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공포를 하기로 한 7월 1일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의료원 대강당에서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윤성효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직원을 대상으로 두 차례 명예퇴직신청을 받았는데, 이를 거부한 70여 명이 남아 '의료원 살리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 다음날인 2월 27일부터 이날까지 125일째 '로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성귀족 퍼뜨려 재취업 힘들었다"

이날 사회자는 진주의료원 출신 간호사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진주의료원을 떠나 재취업을 위해 인근 한 병원 관리자를 면담했던 이야기다. 사회자는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에서 대해 강성귀족노조라고 퍼뜨려 놓아 재취업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병원 관리자는 재취업하려는 간호사한테 "진주의료원 출신이면 취업이 힘든 거는 알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차별을 둘 수밖에 없고, 알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는 것. 그는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없고 1년 계약직으로 채용 후 계속 일할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사회자는 "그 관리자는 '병동 근무시 진주의료원 출신이라 대우가 다를 것이고, 왕따를 당할 수도 있고, 본인이 감수해야 할 일'이라 했고, 월 급여를 이야기 하며 금액이 진주의료원보다 작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제가 진주의료원에서 받았던 금액을 이야기 하니 '설마? 진짜?'라는 표정을 지으며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는 말을 간호사가 해주었다고 소개했다.


 진주의료원 조합원 오진영씨가 1일 오전 의료원 대강당에서 열린 "조합원들의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의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보이며 호소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조합원 오진영씨가 1일 오전 의료원 대강당에서 열린 "조합원들의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의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보이며 호소하고 있다.윤성효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공포를 하기로 한 7월 1일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의료원 대강당에서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공포를 하기로 한 7월 1일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의료원 대강당에서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윤성효

전정화 간호사는 2009년 신종플루 발병 당시부터 떠올렸다. 그는 "당시 응급실에 근무했는데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다"며 "당시 응급실에는 세 명의 임산부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인력부족으로 무거운 배를 감싸며 바쁘게 일했고,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는 근무환경이 서글프고 속상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그는 "불어터진 컵라면을 먹고 있을 때 내 처지가 처량하게 느껴져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한꺼번에 밀어닥친 환자들을 두고 퇴근하는 발길이 무거워 오버타임으로 근무했고, 같이 임신 중이던 선배가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는 모습에 투정 부릴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 간호사는 "홍 지사는 공공병원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알고 말하느냐"며 "진주의료원이 진주시민을 위해 서부경남 도민을 위해 꼭 필요한 병원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저는 반드시 진주의료원이 재개원하고 정상화되어 다시 한번 성실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아이에게 아름다운 사회 물려주고 싶다"

최유영 간호사는 "우리 아이에게 아름다운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며 흐느끼며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정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그저 눈 앞에 보이는 나 자신과 가족만 생각하며 살았다"며 "이런 제가 지금까지 투쟁을 하는 이유는 권력자의 힘에 의해 힘없는 우리 환자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남도는 휴업 발표 뒤 환자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환자 가족과 보호자를 압박하기 시작했으며, 견디다 못한 환자들은 한분씩 눈물을 흘리며 떠나야 했다"며 "한 할아버지는 현관문을 나서면서 '정말 소리 없는 총이 있다면 쏘고 싶다'면서 눈물을 흘렸고, 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공무원들의 독촉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13년간 진주의료원 간호사였다고 한 그는 "저는 사실 노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다, 이런 우리에게 도지사는 강성귀족노조 때문에 폐업은 불가피하다 했고, 모든 언론도 여기에 집중되었다"며 "사람들은 우리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저는 많은 상처를 받았다, 아무리 우리 이야기를 해도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았고, 저로 인해 저의 가족까지도 상처 입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그만 두고 싶었다"며 흐느꼈다.

의료원 퇴원 환자실태조사를 벌였던 그는 "돌아오는 차에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며 "가족들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그런데 이제는 살아있는 게 부담이고 고통인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공포를 하기로 한 7월 1일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의료원 대강당에서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공포를 하기로 한 7월 1일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의료원 대강당에서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윤성효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공포를 하기로 한 7월 1일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의료원 대강당에서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조합원들이 의지를 담은 글을 적어 펼쳐 보이는 모습.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공포를 하기로 한 7월 1일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의료원 대강당에서 "진솔한 이야기, 세상을 향해 외치다"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조합원들이 의지를 담은 글을 적어 펼쳐 보이는 모습.윤성효

박진아 사회복지사는 "104년 역사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5년째 일해 왔던 그는 "저는 첫 월급부터 제 날짜에 받지 못했고, 그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직원들은 '이사 오기 전(2008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병원이 어렵지 않았는데…'라는 소리를 자주 했던 걸로 기억한다"며 "제가 이렇게 임금체불이 심각함에도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그동안 잘 몰랐던 주변 분들은 많이 놀랫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환자들이 갑작스러운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죄인마냥 쫓겨났다"며 "닫혀진 병실을 보면서, 진주의료원이 아니면 안되는 환자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저도 그분들이 떠날 때처럼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두고 있다고 한 그는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120일 넘는 이 투쟁은 너무도 버겁다"며 "한참 손이 많이 갈 시기인 딸을 할머니에게 맡겨 두고 날치기를 막아보려고 노숙으로 도의회를 지키기 바빴고, 지금은 의료원에서 숙식하며 병원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신랑 "고민 끝에 결혼 승낙 받고..."

입사 1년의 물리치료사 김영명씨는 "오는 12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랑"이라며 "저의 인생에 반쪽이 될 여자친구도 진주의료원에 근무하는 직장 동료다, 하지만 폐업 후 일자리를 잃고 속 앓이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변변한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이 부유한 것도 아니었고, 이러한 조건으로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며 "입장이 바뀌어 여자친구 아버지라면 안정적인 직장을 잡고 있는 남자라야 결혼 승낙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처음에 인사 드릴 때는 부모님께 결혼에 대한 말씀을 드릴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다 집으로 돌아왔다"며 "그렇게 몇 번 부모님을 찾아뵈면서 용기 내어 말씀 드렸고, 저의 말을 듣고 여자친구 부모님은 오히려 담담하게 저의 상황을 이해해 주시면서 용기를 주셨다"고 밝혔다.

오진영 간호사는 "정치, 경제, 사회에 무관심했고 노조 활동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던 저는 이번 투쟁을 통해 세상을 조금은 넓게 바라 볼 수 있었다"며 "옳은 일에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는 저의 작은 변화가 잘못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금 나가면 강성귀족노조 인정하기 때문"

10년째 일해오면서 두 아이를 둔 4인가족의 가장이라고 한 김홍제씨는 "4인가족 기본 생활비가 280만 원 정도로 하는데, 저의 평균 월급은 170만 원이었다"며 "이번에 퇴직금 1700만 원 받았는데, 10년 일하고 퇴직금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무슨 귀족이란 말이냐"고 말했다.

그는 "집사람이 지금 그만 두고 나가면 강성, 귀족, 노조 때문이라는 말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고 했고, 뭉개진 자존심을 평생 갖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며 "졌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고, 비겁하게 나갔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공포를 하기로 한 7월 1일 오전 진주의료원 조합원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은 '의료원을 살려야 한다'며 앞마다에 난 풀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공포를 하기로 한 7월 1일 오전 진주의료원 조합원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은 '의료원을 살려야 한다'며 앞마다에 난 풀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윤성효

이날 조합원들은 종이에 글자를 적어와 펼쳐 보이면서 의지를 다졌다. 이들이 함께 펼쳐 보인 글자는 다음과 같다.

"환자를 내쫓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저 흐르는 눈물만 닦아줄 분,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아내도, 엄마도, 간호사도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억울함을 호소하는 해고자일뿐, 하루라도 빨리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정겨운 첫 직장으로 돌아아가고 싶습니다.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변할 뿐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가겠습니다. 아픈 사람이 서럽지 않는 세상, 돈이 없어도 치료 받을 수 있는 세상,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진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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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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