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서로를 바라 보지 않고 앉아 있는 교실, 이 시대의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모습니다.
Project SH
고등학교 때 성적표를 받으면, 나는 반에서 몇 명이 내 앞에 있고, 몇 명이 내 뒤에 있는지를 따졌다. 누군가 나를 지나가면 그 아이가 내 앞에 있는 학생인지 뒤에 있는 학생인지를 생각했다. 때로 학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나도 안했다고,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같은 교복을 입었으나, 학생들은 결코 같은 공동체가 될 수 없었다. 학생들은 서로에게 적이었다. 학생들은 늘 배워왔던 것처럼 홀로 공부를 했다.
여느 학교에서나 그렇듯 내가 나온 학교에서도 수업 시간이나 자율학습 시간에 함부로 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물리적인 침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침묵도 해야 했다. 어떤 것에 대해서 반발심이 생겨도 학교의 일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 입은 닫고, 눈은 교과서를 보고, 정리된 지식을 머릿속에 욱여넣는 게 학생들이 해야 하는 일의 전부였다.
어느 수업에서도 말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어느 수업에서도 공동체를 가르치지 않았다. 어느 수업에서도 지금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았다. 어느 수업에서도, 누군가를 진정 그 자신이 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았다.
이 영상에서,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소리들을 낸다. 교실은 더 이상 침묵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다. 처음에는 소음이었던 볼펜 소리가 일정한 박자를 갖춰 가면서 소리를 보태가는 그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아도 된다. 소리가 소리로 전해지면서 그들은 앞만 보던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기 시작한다. 그들은 의자에서 일어서고 춤을 추고 어울린다. 소리는 하나가 되고, 그들도 하나가 된다. 흐리멍덩했던 눈에서 생기가 돈다.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고 웃는다. 교실이 이전의 교실과 완전히 달라진 것은, 그들이 자신의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소리로 자발적으로 어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을 그들 스스로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이뤘을 때의 최대 가치를 얻고 있다.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말이다.
나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메시지를 들었다. 누가 그들을 가두는가. 누가 그들을 개별자로 흩어 놓는가. 누가 그들에게, 자신의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가르치는가. 이토록 아름다운 그들에게.
나는 다시 영상의 초반부로 돌아간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교실,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앉아만 있는 교실, 각자 자신들의 공부에 빠져 있는 교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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