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경 머리카락과 접시, 2012년 작품
이지성 촬영
지금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작가 이세경의 개인전 '레콜렉션(Recollection)'. 8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이다. 도예를 전공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온 머리카락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왜 하필 머리카락이었을까?
그에 따르면 머리카락이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다. 머리카락이 우리 몸에 붙어 있을 때는 하나의 신체기관을 넘어 애지중지 가꾸고 장식하는 소중한 물건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번 빠져버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저분하고 청결하지 못한 대상이 된다. 왕자님이 하루아침에 거지로 뒤바뀐 셈이다.
바로 이 아이러니한 특징이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의 시도는 이 거지를 다시 한번 왕자님으로 되돌려놓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극적인 드라마의 무대로 도자기를 선택했다. 버려진 머리카락이 순백의 자기 그릇 위를 물들인 문양으로 환생한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받은 감정은 충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좀처럼 가시지 않는 얼떨떨한 감정을 안고 향한 다음 층에서는 벽에 걸려 있는 도자기들을 만났다. 아래층의 도자기들이 전통적인 도자기에 머리카락으로 문양을 그려 넣은 것이라면 이 층에 있는 작품들은 도자기라기보다는 도자기로 만든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린 것에 가까워 보였다. 머리카락이라는 재료에 초점을 맞췄던 아래 층 도자기들과 달리 이곳의 도자기는 거기에 그려진 문양 자체를 통해 나에게 질문을 던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