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만들었다는 불일폭포

전설 속 바위들이 인상적

등록 2013.07.05 14:59수정 2013.07.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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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이 만들었다는 불일폭포
용이 만들었다는 불일폭포오문수

지리산 남쪽에 자리한 쌍계사는 섬진강 하류의 화개장터를 지나 10여분쯤 달리면 나타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가는 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로 선정된 곳으로 봄이면 벚꽃으로 유명하다.

쌍계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이다. 서기 723년(신라 성덕왕 22년)에 세워진 이절은 국사암과 불일암의 암자를 거느리고 있다. 문화재로는 국보 1점, 보물 6종, 지방문화재 12점, 문화재자료 5점, 천연기념물 2곳 등을 보유하고 있다.


 쌍계사 대웅전 모습
쌍계사 대웅전 모습오문수

 최치원 선생이 썼다는 진감선사탑비. 국보 제47호다
최치원 선생이 썼다는 진감선사탑비. 국보 제47호다오문수

절 주변으로 동천과 옥천의 두 계곡이 흘러 쌍계사라 불렀다는 사찰로 향하는 길. 속세를 떠나 부처의 세계로 들어서는 첫 관문인 일주문이 나타난다. 이어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는 금강문과 천왕문. 쌍계사를 가려면 이같이 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쌍계사 대웅전 앞에는 국보 제47호인 진감선사탑비가 있다. 신라 헌강왕은 진감선사가 선(禪)과 다(茶), 석가여래의 공덕을 찬미하는 범패(梵唄)를 선양했다는 공로를 인정해 탑비(885년)를 세우도록 지시했다. 비석에 새겨진 글은 최치원이 썼다.

 마애불 앞에서 경건하게 기도드리는 한 여인의 모습. 무얼 빌까?
마애불 앞에서 경건하게 기도드리는 한 여인의 모습. 무얼 빌까? 오문수

대웅전 바로 옆 마애불에서는 한 아주머니가 고개를 숙이고 경건하게 절을 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마애불은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큰 바위에 두터운 돋을새김으로 불상을 새기고 불상 둘레를 깊이 파냈다. 머리는 크고 살집이 많은 얼굴에 어깨까지 처진 귀는 자애로운 느낌을 준다.

사찰을 병풍처럼 둘러싼 소나무 숲 그늘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힌다. 소나무 숲을 지나 낙엽수가 우거진 계곡길을 지나간다. 유리알처럼 맑은 물에는 1급수 지표생물인 날도래, 옆새우, 강도래, 도룡뇽이 산다.

조금 더 올라가니 어른 크기만한 바위인 환학대가 나타난다. 환학대는 신라말기 최치원 선생이 속세를 떠나 이상향인 청학동을 찾아 학을 불러 타고 다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바위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바위. "이름이 뭐에요?"하고 묻는 것 같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바위. "이름이 뭐에요?"하고 묻는 것 같다오문수

 명나라 이여송 장군의 말발굽 자국이라는 마족대. 말발굽보다는 사람의 오른쪽 발 모습이다
명나라 이여송 장군의 말발굽 자국이라는 마족대. 말발굽보다는 사람의 오른쪽 발 모습이다오문수

동료들과 농담하며 불일폭포로 올라가는 도중 동료 한분이 "저길 보세요. 꼭 사람 얼굴 닮지 않았나요?" 한다. 바위를 가만히 뜯어본 동료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 "진짜네!" 입을 반쯤 벌린 모습이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묻는 것 같다.

급할 것 없는 일행이 또 다시 쉬어가자며 가지고온 과일을 내놓는다. 눈앞에 '마족대'라는 간판이 보인다. 마족대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를 도와주기 위해 원군으로 온 명나라 장군 이여송이 말을 타고 지리산을 오를 때 생긴 말발굽 자국이 바위에 새겨졌다는 전설이 내려 오는 곳이다. 자세히 보니 말발굽이 아니라 사람의 오른쪽 발자국 모습이다.


 털보 할아버지 변규화씨가 살았다는 집
털보 할아버지 변규화씨가 살았다는 집오문수

 털보 할아버지 변규화씨가 쌓았다는 소망탑. 산중에 혼자 살면서 무얼 소망했을까?
털보 할아버지 변규화씨가 쌓았다는 소망탑. 산중에 혼자 살면서 무얼 소망했을까?오문수

걸음을 재촉한 일행이 도착한 곳은 불일평전. 이곳은 말 그대로 평평한 밭이 있어 농사도 가능하다. 1970년대 말까지 농사를 지었던 이곳은 불일폭포, 불일암 등의 명칭을 본따 불일평전이라 불렀다. 1980년대 들어 야영객이 급증하자 국립공원에서는 이곳을 야영장으로 조성했다.

야영장 옆에는 허름한 집 한 채가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털보 할아버지 변규화씨의 집이다. 집 뒤에는 돌을 켜켜이 쌓아올린 소망탑 10여기가 있다. 산중에 혼자 살면서 무엇을 빌었을까?

 불일암 샘터. 오염 안 된 물이라 그런지 물맛이 기막히다
불일암 샘터. 오염 안 된 물이라 그런지 물맛이 기막히다 오문수

 불일암에서 바라본 지리산 모습
불일암에서 바라본 지리산 모습오문수

가파른 길을 따라 숲이 무성하게 우거진 길을 헤치면서 도착한 곳은 불일폭포. 비가 오지 않아 수량이 적어 장엄함은 떨어지지만 시원한 물줄기가 반갑다. 불일폭포는 용소에 살던 용이 승천하면서 꼬리를 살짝 쳐서 청학봉, 백학봉을 만들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보조국사 지눌은 높이 60m인 불일폭포 근처에서 수도하였는데 지눌이 수도하던 암자를 불일암이라 불렀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에서 수행하는 스님은 무슨 걱정이 있을까? 짙푸른 녹음과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더위가 물러가는 것도 잊었다. 이런 곳을 선경이라 할까?
덧붙이는 글 다음블로그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불일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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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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