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13번째 주인공인 부천문화재단 김혜준 대표의 이야기를 집중해 듣고 있는 참가자들.
김종선
그는 "가까운 벗하고 뭔가를 도모해보는 것"으로 한국영화와 10년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그도 요즘 대세(?)인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공정영화협동조합', 생소했다. 공정영화란 무엇인가? 아마도 만들 기회와 볼 기회의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 짐작되었다. 한때 <워낭소리> <똥파리> <낮술>과 같은 작은 영화, 인디영화가 몰려왔고, 당시에는 이것이 한국영화의 희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한국영화산업의 시스템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더욱 공고해졌다. 기회들이 사라져갔다. 이런 상황들이 그를 이곳에 서게 한 듯했다.
"하나의 영화가 스크린을 1000개 이상, 거의 독점에 가깝게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라…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가 없잖아요. 내가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싶은 영화를 주변사람들에게 같이 보자고 하는 게 쉽지가 않죠. 그걸 하려면 결국 우리가 스스로 움직여야하죠.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하는가? 여기에 전국 단위의 유통조합을 활용해야 합니다. 정치적인 것이든,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이든, 어찌됐든 우리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힘을 합쳐야 합니다. 먹거리의 생활협동조합과 같이 영화 쪽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재미있게 살자는 협동조합을 꿈꾸는 거죠."독립영화 활성화가 영화의 미래라고들 한다. 그러나 어떻게 독립영화를 활성화할 것인가 확실한 답이 나온 적이 없다. 단지 정부나 지자체, 후원기업 등에 기대어 왔다. 가끔씩 '소셜펀딩'의 제작과 '자체 상영회'를 통한 공급을 이야기 해왔지만 구체화되지 못했다. 김혜준 대표는 이를 협동조합의 형태로 풀고자 했다.
"보고 싶은 영화, 단순히 소비만 할 필요 없다"그는 일본의 자주제작과 자주상영을 예로 들어 가능성을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한국 상황에 맞게 풀어냈다. "2000만 원을 모아서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제작하자", "참여한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과 '영화의 제작자'로서 함께 보자" 등등. 독립 영화, 작은 영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공정한 영화시장을 꿈꾸고 있었다. 사실 이는 '재미있는 재단'이 준비한 '개천에서 용 만들기' 프로젝트 중 '영화 프로젝트'와 거의 같았다. 아마도 함께 구체적으로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세상에는 여러분이 보고 싶은 영화의 소재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영화를 단순이 소비만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투자자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자기가 1만 원, 2만 원 투자를 하다보면 본전 생각이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홍보하겠죠. 천 명의 조합원을 모았다 하면 그 사람들 중 최소 한 사람이 주변의 열 사람 스무 사람을 찾아냅니다. 그러면 그게 선순환 구조고 지속 가능한 구조가 되는 것이죠."이런 구상을 '재미있는 재단'도 하고 있었다. 마치 그가 재단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전에 교감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그의 말대로 전국 곳곳의 공정한 영화를 하는 사람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일종의 품앗이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 새로운 생태계의 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답은 정치인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들 중심으로 연대를 하는 겁니다. 기왕이면 조금 더 노력하면서 연대하기를 바랍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관계망은 여러분만큼 상당히 다양한데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관계망과 제가 가지고 있는 연계망을 합치면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겁니다."'공정영화협동조합'에서 하고 싶은 일들...
▲7월 2일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3번째 주인공인 부천문화재단 김혜준 대표
김종선
그가 연대를 제안했다. '재미있는 재단'뿐 아니라 열려있는 연대를 제안했다.
"제가 앞으로 하려고 하는 것은 그런 삶입니다. 아직 우리의 사회 경제적 영향력이 미미하겠지만 그 사회적 경제 영역에 영향력을 5%~10% 계속 늘려 나가는 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재미있는 재단'도 '재미있는 상상에서 재미있는 세상으로 가자'고 만들어졌다. '상상의 연대'를 꿈꾸고 함께 가자는 것이다. 그가 '재미있는 재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북 카페를 우리가 만들고 여기 저기 북 카페와 연대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과 같은 구상들을 그도 이야기 했다.
과거 영화진흥위원회 초기, 배우 문성근 부위원장과 했던 많은 기획들을 '공정영화협동조합'의 틀에서 하고 싶단다. '재미있는 재단'도 준비한 많은 기획뿐만 아니라 상상만 하는 사람들의 계획을 실행해보자고 만들었다. '연대'의 출발지가 오늘 사람이야기 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일찍 잃은 둘째 딸의 이름으로 어머니를 불렀던 아버지에게서 가족과 배려를 배웠다고 잠시 회상했다. 6녀 5남의 대가족을 꾸린 아버지가 '협동조합'의 대안을 주신 듯했다. 김혜준 대표를 만난 오늘, 참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시간이 기다릴 것이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소개 |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은 사단법인 '재미있는재단'이 기획 주관하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합니다. 재미있는 재단은 문화를 중심으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하여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재미있는 재단의 다양한 사업들, 미국 MBA 진출지원 프로젝트 '개천에서 용났다'와 소소한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 영상 교육 프로젝트 '비추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사업들 중의 하나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을 을 기획하고 전개해 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은 매주 화요일 지속적으로 개최 됩니다.
먼저 문화계를 비롯한 궁금한 우리 시대의 인물로부터 점차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전시'하는 재미있는 사업입니다. 신촌 현대백화점 옆의 텍사스아이스바(02-325-0088)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호프 한잔과 함께 편안한 대화의 장으로 진행되는 '사람이야기 전'은 누구나 스스로를 이야기 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날 그날 진행된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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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독점... 보고 싶은 영화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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