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 키가 작은 꽃, 아침에 피었다가 한 낮이면 날개를 접는 꽃이다.
홍광석
장마철이다. 졸지에 바람이 불고 폭우가 쏟아진다. 잠시 비 갠 틈을 골라 숙지원을 돌아본다. 색색의 채송화, 키는 작지만 빛깔이 고운 무지개데이지, 리빙스턴데이지, 노란 멜란포디움, 노란 금사매, 보랏빛 프록스, 하얀 담배꽃, 그리고 아내에게 들었지만 이름을 잊은 꽃들…. 사진을 찍고 각각의 꽃에 얽힌 이야기를 하며 금년에 심었던 꽃들의 공간 배치가 적절했는지 반성하고 내년에는 키와 색상을 고려하여 심어야 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미리 도랑을 친 탓에 도랑에서 쳐올린 흙이 제방 구실을 톡톡히 하여 큰비에도 산에서 내린 물은 숙지원 안쪽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돈 들여서라도 끝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초기에 부리를 드러냈던 잔디밭은 장맛비에 생기를 되찾고 있다. 아마 내년까지는 예초기로 밀지 않아도 건강하게 자랄 것이다.
고추밭에는 비바람에 줄기가 부러진 고추가 보인다. 아무리 묶었다고 하지만 바람의 힘과 비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웠는가 보다. 그런 줄기는 훑어 고추는 된장에 찍어먹거나 양념으로 쓰고 고춧잎은 데치면 훌륭한 나물이 된다. 감고 오른 줄기를 헤치니 자란 오이가 보인다. 익은 토마토도 있다. 먹을 만큼 자란 가지도 눈에 띈다. 아마 산 비탈에 심어놓은 호박도 풋풋하게 주먹만큼 자랐을 것이다.
집 뒤에 상추 부추 신선초 등 채소를 심는 채전을 따로 두고, 앞 텃밭과 비닐하우스 안에는 각종 여름 채소를 심었는데 잘 자라고 있다. 한 끼니에 신선한 반찬 한두 가지를 밥상에 올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이를 찾고 가지를 따는 익은 토마토를 수확하는 일은 아내와 같이 한다. 작은 기쁨일지라도 함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