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누리 사람들서로를 위로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가온누리의 아름다운 사람들
가온누리
-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취약계층이 많은 우리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하던데, 여수의 사회적 기업들은 잘 정착하고 있나요?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된 이후, 전남에 있는 사회적 기업만 해도 100개가 넘어요.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지요. 그중에서도 여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을 포함해서 사회적 기업이 열네 곳으로 전남에서도 으뜸이지요. 올해도 지난 6월 10일 시청에서 사회적 기업에 3억1200만 원을 지원한다는 '2013 사회적 기업 지원 약정식'이 있었어요. 덕분에 우리 가온누리도 인건비 지원을 계속 받게 되었고요."
- 고마운 일이네요. 그런데 시에서만 그렇게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착한 기업'에 대하여 시민들의 '착한 소비'도 뒤따라야 하지 않겠어요?"그 말씀을 기다렸어요. (웃음) 사회적 기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학교 등 공공기관이 우리 물건을 우선 사 주었으면 해요. 그리고 산단도 나서야지요. 여수 산단은 산업 구조상 고용 측면에서 지역 공헌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잖아요. 여수 산단이 적극 나서서, 우리 물건 좀 사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수에 대형 마트가 두 개 있는데, 사회적 공헌의 일환으로 매장 구석에라도 사회적 기업 제품을 전시 판매해 주셨으면 해요."
- 사회적 기업의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면서도 그것이 제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문제는 사회적 기업의 품질이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 같아요. 장애인이 만들었다고 품질이 안 좋은 게 아닌데 말이에요. 영국의 경우에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Crystal Mark로 공증해 주는 제도가 있대요. 정부나 기업에서도 그런 제품을 우선 구매해 주고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제도가 생기면 시민들도 품질을 믿고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먼저 사주지 않을까요?"
여수고등학교의 긴 담벼락을 따라가다 보면 골목이 나온다.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골목. 골목 어귀 전봇대에 '가온누리'라고 적힌 팻말이 달려 있고,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우리 이웃들이 옹기종기 모여 친환경 나무간판을 만들며 꿈을 키워 가는 곳이 나온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모습으로 사회적 기업은 늘 그렇게 우리 주변에 있다.
며칠 동안 가온누리를 드나들다가 목공일을 하는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에게 가온누리란 뭐예요?" 그러자 그는 웃으며 대뜸 이렇게 말했다.
"가온누리? 우리에겐 밥줄이지, 밥줄. 근데 아주 좋은 밥줄." 가온누리에 대해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말씀을 더 들어보니, 언제 끊길지 몰라 초조해하며 붙들고 있는 밥줄이었다.
그 밥줄이 끊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문득 구봉산 둘레길―한번 와 보시라. 정말 멋지다.―을 걷다 표지판이 빠져 있어서 다른 길로 가는 바람에 헤맨 적이 있다는 친구 아빠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 표지판을 가온누리에서 제작해서 설치해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팻말이 필요한 지점을 알아내서 시장님께 건의하려고 구봉산을 찾아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우리는 마냥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