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저작권법과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문식 뮤지션유니온 준비위원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남소연
"반쪽의 마음은~붉은 나체처럼 벽에 걸리고~오~오~살아있는 건 반쪽만 남은 방처럼~ 버릴 수 없는 마지막 조각난~~"
11일 오전 11시, 인디밴드 <더문>의 노래 '작은 방'이 국회 정론관에 울려 퍼졌다. 사회 현안에 대한 성토 목소리를 담은 기자회견이나 여야 대변인들의 브리핑 소리만 들리던 정론관에서 난데 없이 '라이브 공연'이 시작된 것. 고개를 박고 기사 쓰기에 몰두하던 기자들도 하나 둘 관심을 기울이던 순간, 마이크가 꺼졌다. 국회 미디어담당관실에서 이 같은 공연을 '소란'으로 규정해 마이크 스위치를 내려 버린 것이다.
<더문> 보컬 정문식씨는 굴하지 않고 노래를 이어갔다. 마이크의 '하울링' 효과도 없는 생목에 자신의 기타 반주를 곁들였다. 한 곡을 다 부르자 정씨와 함께 서 있던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 노래가 그냥 노래가 아니다, 을의 절규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음악창작자 권리 보장을 위한 '저작권법'과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씨가 준비위원으로 있는 '뮤지션 유니온'은 음악인 노동조합이다. 왜곡된 디지털 음원수익 분배 등 음악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대 인디밴드들이 하나 둘 모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정 준비위원이 저작권법,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 발의 작업에 함께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노래 부르자 '소란 행위'라며 마이크 꺼저작권법 개정안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창작자가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둬 저작권 사용료 관련 사항을 결정할 때 창작자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또, 한국저작권위원회 전체 위원 중 3/10 이상을 저작권 관리자와 이용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현재 제도로는 저작권 사용료 금액 분배를 결정할 때, 창작자의 의견과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이에 '당사자'가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도록 의견 수렴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또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문화부 장관이 음악창장가 관련 단체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 한국저작권위원회 해당 전문위원회 위원을 음악창작자 관련 단체로부터 추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최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이날 발의했다.
정 준비위원은 "사실 저작권 사용료가 정말 적다"며 "창작한 사람이 창작에 힘을 쏟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최근의 음원 가격을 둘러싼 갈등은 음원가격 결정과 수익분배 과정에 창작자가 참여하도록 해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창작자가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면 한류 및 싸이의 신화는 모두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문화계 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퍼포먼스는 그러나, '국회'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국회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는 "기자회견만 해야지 노래까지 하면 어떻게 하냐"며 일방적으로 마이크를 꺼버렸다. 이들의 기자회견이 '소란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국회기자회견장 운영지침에 따르면, 기자회견장 안에서는 구호·시위·농성 등의 소란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최 의원은 "이게 무슨 소란 행위냐, 뮤지션은 노래로 무용가는 무용으로 자신의 의견을 보여주는 게 맞다, 이게 구호·시위·농성이냐"며 "내게는 그들의 절규로 들렸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국회 관계자는 "(노래부르는 등의 행위는) 기자회견과 상관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의원실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이런 취지로 음악가가 공연하겠다고 하면 달리 대응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의원은 "뮤지션은 음악 대신 발언을 할 수 있다"며 "(국회도) 문화계 을들이 어떻게 하면 창작열을 불태울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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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기자회견하는 음악인, 마이크 꺼버리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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