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입 막으면 나라가 망합니다" MBC 해직 PD 'MB'에 돌직구<뉴스타파> 시즌3 앵커로 합류한 최승호 MBC 해직PD가 지난 2월 24일 임기 5년을 마치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귀가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청와대 개입 후 수정방송되었다는 의혹을 받은 '4대강 수심 6m의 비밀'과 관련해서 "직접 지시한 것입니까"라며 질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웃으며 "나중에 얘기합시다"라고 답했으며,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던 최PD는 "언론의 입을 막으면 나라가 망합니다"라고 외쳤다.
권우성
다음은 최승호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감사원 발표를 보고 트위터에 "감개무량하다"고 남겼다. 어떤 심정이었나?"지금 상황이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이 정도라도 밝혀졌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마스터플랜이 나온 2009년 5월부터 4대강 사업 취재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게 대운하 사업이라는 의문이 있었고, 여러 가지 근거를 볼 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2010년 '수심 6미터의 비밀'이 방송됐을 때 정부는 '4대강 사업이 무슨 대운하냐'며 <PD수첩>을 공개적으로 굉장히 공격했다. 그런 모든 것이 거짓말로 밝혀진 것이다."
- 당시 <PD수첩>의 방송내용과 감사원의 발표가 상당히 일치한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이라는 확신은 어떻게 갖게 됐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를 포기한다고 밝히고 난 후 '4대강 정비사업'(2008년 12월)을 발표했다. 소규모 보 3개를 건설하고 2~3미터 정도로 준설하는 계획이었다. 예산은 14조 원이었다. 이 사업이 국가발전균형위원회에 보고됐는데, 그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이 바로 수심을 5~6미터로 하라고 지시했다. 곧바로 대운하 사업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고 나서 4대강 마스터플랜(2009년 6월)에서 수심이 6미터로 발표됐다. 무슨 국가계획이 몇 개월 만에 갑자기 그렇게 바뀔 수 있는가? 예산 8조 원이 늘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통치권자의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8조 원이 무슨 애들 이름인가? 그런 정황만으로도 대통령의 지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그런 흐름을 잘 아는 분의 제보를 받아서 취재에 들어갔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박근혜 정부 이후 4대강 보도 쏟아졌어야"-전체적인 맥락은 비슷하지만 감사원 보고에는 '청와대'가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사업결정 주체가 '국토해양부'로 돼 있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으로 변화는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의 개입여부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사업에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은 인물이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라는 것을. 그동안 여러 번 감사원 발표에서도 '청와대'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국토부에 주의를 주는 수준에서 끝났다. 결국 검찰에서 수사해 제대로 밝혀야 한다. 엄청난 사기극이 드러났는데, 이를 처벌하지 않는 전례를 남기면 앞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발본색원해야 한다."
-2010년 방송된 PD수첩 '수심 6미터의 비밀'에서 '4대강 비밀팀'이 '4대강 TF(테스크포스)'로 바뀌고 '영포회'라는 말도 빠지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이 문제가 청와대 개입을 밝히는 핵심 아닐까? "'4대강 TF'는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 비밀팀이라고 불렀다. 예산도 없고 인사발령도 없고, 문서 한 장 남기지 않았다. TF라고 할 수 있지만 비밀팀이라고 불러도 아무 상관없다. 다만 국토부에서는 '비밀'이 들어가니까 자신들이 몰래 사업을 추진했다는 뉘앙스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걸 꼬투리를 잡아서 마치 방송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공격하고 방송을 안 내보내려고 했었다.
당시 김철문 청와대 행정관이 영포회 사무국장을 하고 있었다. 또 청와대 인사 중에 유일한 동지상고 출신이다. 국토부의 평범한 공무원이었던 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청와대로 갔다. 이 전 대통령이 동문을 얼마나 사랑하냐. 당시 TF에 있던 사람들이 김 행정관이 계속 와서 수심을 6미터로 해야 한다고 주문하니까 그걸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 게 다 그가 동지상고 출신이고, 영포회 출신이라는 것에서 기인한 거다."
- 이번 감사원 보고를 보면 당시 MBC가 왜 기를 쓰고 '수심 6미터의 비밀'을 막으려고 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때 방송을 막았던 인사들이 여전히 MBC에 남아 있다. "당시 5명으로 일종의 검열반을 만들었다. 처음 김재철 사장이 방송테이프를 보자는 걸 안 된다고 하니까 다섯 사람 방송을 보고 최종적으로 당시 시사교양국장이 판단해서 수정하든지 불방하든지 결정한다는 안을 내놨다. 비상식적인 요구만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당시 안광한 편성본부장, 백종문 편성국장, 제작본부장, 시사교양국장, 피디수첩부장이 방송을 먼저 봤다. 그들이 가장 많이 문제를 제기한 게 동지상고 부분이다.
동지상고 동창회 명부를 편집해서 넣었는데, 그때 그걸 빼라고 요구했다. 상식적으로 취재 보도를 해봤던 사람들이라면 그런 요구 못한다. 하지만 방송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결국 나중에 그 내용을 바꿨다. 동창회 명부를 다 빼낸 건 아니고 명부는 그대로 놔두고 자막을 빼고, 해설에서 동지상고라는 말을 뺐다. 그냥 대통령의 동문 정도로 나갔다. 그런 식으로 검열반에서 역할을 했던 사람이 현재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당시 PD수첩의 보도는 가장 진실에 가까운 보도였다. 그걸 막은 인사들이 MBC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에 대한 올바른 보도가 가능할까?"4대강 사업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도 밝혀져도 좋다고 허용한 셈이 됐으니까 하려면 할 수 있을 거다. 감사원 발표도 어쨌든 MBC가 톱뉴스로 다뤘다. 문제는 '그 안에서 얼마큼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현재 청와대보다 더 '이명박스러운'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는 게 방송이다. 바뀐 정권은 과거 정부의 사안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4대강이나 원전비리 문제 같은 건 정리하려고 할 거다.
안타깝지만 방송은 '이명박 키드'들이 다 잡고 있는 상태다. 4대강 사업 같은 과거를 비판하게 되면 자신들이 한 짓에 대한 비판이 된다. 그러니 적극적일 수 없다. 할 수 없이 하는 수준이다. 정상적이라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4대강과 관련한 보도가 많이 나왔어야 했다. 감사원이 올해 초에도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나. 그럼 심층적인 후속보도가 나와야 했는데 안 했다. 못하는 거다."
"대통령의 잘못된 생각, 반대하는 공무원 한 명이라도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