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지검에서 보낸 '체포통지서. 여기에 '2008 형제 8925호'라는 정식 사건번호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오마이뉴스
검찰이 지난 2008년 평창휴게소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형사사건번호'를 정식으로 부여했지만, 제대로 사건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확인 결과,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지난 2008년 평창휴게소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2008 형제 8925호'라는 정식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하지만 검찰은 기소나 불기소 등 사건처분을 내리지도 않았고, 관련 수사기록을 다른 사건에 편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휴게소 비리 사건 은폐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12월부터 검찰은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휴게소 운영업체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포착한 뒤 수사를 벌이다가 갑자기 중단했다. <오마이뉴스>는 수개월간의 추적을 통해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검찰의 평창휴게소 비리 사건 은폐' 의혹을 상세하게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로비 수첩'까지 얻어놓고... 사라진 '휴게소 비리 사건' /
휴게소 비리 내사기록은 왜 숨어 있었나?).
휴게소 비리 사건, '로비 다이어리' 입수하고도 사라졌다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지난 2008년 3월부터 평창휴게소 내 한식당 신축공사와 관련한 사기사건, 업무상 횡령·배임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해 12월 휴게소 운영업체에서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 소속 직원 등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갔다. 검사가 범죄혐의를 인지해서 수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즉 고소·고발이나 진정사건이 아니라 '인지사건'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증거수입 등 치밀한 내사를 벌인 끝에 평창휴게소장이던 안아무개씨의 자택과 휴게소를 압수수색하고, 안씨를 체포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와 관할군청, 경찰지구대, 소방서 출장소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름과 술집, 금품 액수 등이 적힌 '로비 다이어리'를 입수했다. 안씨도 검찰조사에서 "다이어리에 기재해놓은 것은 모두 사실이다"라며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을 원주 소재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접대했고, 명절 때마다 관할군청과 면사무소, 경찰지구대, 소방서 출장소 등에 현금과 상품권, 양주 등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로서는 휴게소 운영업체가 한국도로공사 직원 등을 상대로 벌인 로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그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 한국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업체가 얽힌 '구조적 비리'까지 파헤칠 수 있었다. 검찰이 지난 2006년 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이루어진 안씨의 금융거래를 광범위하게 추적한 것도 그러한 구조적 비리를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검찰 수사는 지난 2009년 3월 안씨의 친누나(휴게소 내 한식당 운영업체 T사의 이사)를 소환해 조사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검찰의 통상 수사절차대로 '범죄 첩보보고→내사 착수→증거수집→체포·압수수색→피의자 신문' 등의 과정을 밟은 사건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휴게소 운영업체의 핵심 로비대상인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은 한 명도 소환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핵심 증거인 '로비 다이어리'를 안씨에게 돌려준 상태였다(이후 안씨는 그 다이어리를 폐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