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6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정보위원회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 당시 전작권 전환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일부 극우세력들은 연기가 아니라 아예 전작권 환수 자체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한다. 전작권 환수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논란자체가 무의미하다.
세계 11위권의 경제 대국이며 중견국가라고 선전하면서 자국의 정당한 군사주권을 다른 나라에 의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 유일의 기형적 체제이며, 한국을 미국의 위성국가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는 처지다. 군사주권을 돌려받는 일이 민족적 자존심이나 감성의 차원으로 간주하며, 안보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논리가 오히려 구시대적 발상이고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북한이 국지적으로 도발할 능력과 의도는 가지고 있으나 전면전을 일으킬 능력과 의도는 거의 없다는 것은 한미당국자는 물론이고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바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어차피 우리 군이 주도해왔기 때문에, 전작권을 이양하면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둘째, 이번 연기는 한국정부의 신뢰성과 대미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미 한 차례 연기했는데, 또다시 연기한다는 자체가 외교공신력을 잃는 행위다. 차질 없는 2015년 전작권 전환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고, 지난 5월 국정과제에서 재확인했으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합의한 사항이었다.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의 화법에 미묘한 차이가 있긴 했었다.
박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한미연합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 및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합의대로 2015년에 전환하겠다고 일정을 못 박았다. 화법의 차이가 정상회담에서의 이견을 반영하는 것인지는 대화록이 공개(?)되기 전에는 알 수 없으나, 박근혜정부가 이 시점에서 전작권 재연기로 노선을 바꾼 것 아닌가 하는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셋째, 한국정부의 대외공신력 하락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대미협상력의 약화 부분이다. 한국이 미국의 방위력 제공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게 되었다. 앞으로 예정되어있는 주한미군 주둔부담금 협상, 한미원자력협상 그리고 차세대전투기(FX)사업을 포함한 무기구입 등에서 한국의 대미협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양국이 방어 역량과 기술, 미사일방어 체제에 투자하고 있으며, 양국 군대의 공동 운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은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국방부는 여전히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한·미·일 MD 합동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나, 3세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포함해 MD 무기체계의 도입계획이 있는 등을 미루어 신뢰하기 어렵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의 필요와 요청의 측면도 있으나, 미국의 세계 전략적 차원도 있다.
한국에 전작권을 넘기고 주한미군의 활용, 즉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 측의 재연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분석이었다. 그런데 정부 당국은 현재 미국 측이 한국의 제안에 대해 호의적이며, 수용하는 분위기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것이 갑작스러운 공개로 인한 국내여론의 반발을 의식해서거나 또는 일방적인 희망적 사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에 미국의 수용적 태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에 모종의 반대급부를 제공했거나, 앞으로 제공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부분은 밀실추진 방식이다. 정부의 공식정책으로 확인과 재확인을 거듭하고, 국민에게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비밀리에 재연기를 추진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것도 미국 측의 공개로 알려졌다. 재연기해야 하는 분명한 명분이나 설명 없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작년 한일비밀군사협정의 밀실추진을 생각나게 한다. 정부는 공개된 이후에 올해 초 안보위기상황과 북한의 핵위협을 재연기시도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북핵위협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닐뿐더러, 그 이유가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공론화 작업을 선행했어야 했다.
정부 핵심에 군부 득세, 심상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