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남부에 '물폭탄'이 떨어졌다. 단시간에 260mm가 쏟아졌다. 그 결과 경기도 이천의 신둔농협 하나로마트와 농협재창고가 침수됐다.
이 지역은 정개산자락 3번 국도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해발 600m 고지대로 그동안 웬만한 홍수에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여주와 광주, 곤지암은 천이나 강을 끼고 있는 저지대라 상습 비피해지역으로 물피해가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 그러나 잦은 피해로 어느 정도 대책이 강구돼 사실상 침수로 인한 피해는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TV 보도만 보더라도 이번 비 피해는 산사태와 도로변 절개지에서 일어난 사고가 주 이룬다. 따라서 거의 인재라 해도 무방하다. 필자는 3번 국도변에서 밥장사를 하는 관계로 이번 물폭탄의 중심부에 있었다. 그 피해현장 중심에서 목격한 바를 기술하고자 한다.
광주곤지암에서 이천 방향으로 3번국도변에 자전거길이 2, 3년 전에 완성되었다. 동원대학은 정개산 기슭에 위치한다. 곤지암 방향에서 동원대학을 지나면 이천에 접어든다. 바로 넋고개라 불리는 곳이다. 옛날에는 강원남부, 경상 지역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으로 산적들의 소굴이기도 했다. 그만큼 고지대란 뜻이다.
그 물빠짐이 좋은 고지대에서 침수가 일어났다. 고지대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하천정비가 잘 돼 농협마트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그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원인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 시절 만든 자전거길이었다.
자전거길이 없었을 때는 3번국도 넋고개 절개지역부터 길 가장자리에 물길이 쭉 이어져 있었다. 그 물길은 바로 소하천으로 연결되어 큰비가 와도, 또 절개지가 일부 소실돼 흙더미가 쏟아져도 물과 토사가 옆 물길이나 논밭으로 새 그 피해가 적었다. 그런데 자전거길이 조성되면서 그 토사들과 큰물이 도로를 따라 흐르게 됐다. 자전거길이 도로하천 제방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신둔농협마트와 자재창고는 도로보다 약간 낮은 곳에 위치한다. 그런데 도로에서 마트와 자재창고 진입로에 자전거길이 생략되면서 그 제방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바로 도로하천의 물길이 곧장 농협마트와 자재창고를 덮쳐버린 것이다.작년에 이번 폭우보다 적은 약 100mm의 비가 왔을 때도 이 같은 염려를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데도 관계자들은 그냥 천재지변이라고 한다. 얼마나 큰 물길이었는지는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안다. 산에서 수박만한 돌덩어리가 내려와 주행중이던 차를 박살내고. 둘레가 10여cm 정도의 부러진 나뭇가지가 물길을 헤치고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쓰러뜨린 사고가 발생했다. 무릎 높이 정도의 진흙탕 물이 도로를 물길 삼아 흐르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그 물들이 도로변으로 바로 빠지지 못하고 도로를 타고 흐르며 마침내는 자전거길이 마감되는 시점에서 한곳으로 몰리는 상황이 이번 물난리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산사태와 더불어 일어난 인재였던 것이다..
저전거길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 생각없이 치적쌓기용으로 급조된 국책사업이 애꿏은 피해자만 양산하는 사태는 되집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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