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공원조성 범시민운동본부는 25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시민공원의 발암물질 은폐와 관련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부산시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민규
부산시가 조성 중인 부산시민공원 부지(옛 미군 캠프 하야리아)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되는 등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관련 시민단체들의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민공원조성 범시민운동본부(아래 시민운동본부)는 25일 오전, 부산시청을 찾아 발암물질 은폐와 관련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부산시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시민운동본부는 부산시가 시민공원 부지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됐음에도 이를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이들은 2009년에 작성된 한미 합동 보고서 등을 인용하며 "발암위해도(인체가 잠재적 오염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암이 발생할 가능성의 확률)가 11개 지역 중 4개 지역이 허용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또 시민운동본부는 "총석유계탄화수소(TPH)가 허용기준치를 무려 10배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200곳 이상에서 검출되었다"고 보고서를 인용했다. 이를 토대로 시민운동본부는 "지금까지 하야리아 기지의 환경오염에 대한 조사와 치유는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런 환경오염 사실에 대한 누락은 의도적인 은폐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시민운동본부에서는 미군으로부터 공원 부지를 반환받기까지 과정에서의 위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전했다. 이들은 "이제 박근혜 정권은 하야리아 기지 반환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이 자행한 매국적 협상 및 환경오염 사실의 은폐가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즉각 진행해야 한다"며 SOFA 협정 등 미군에 맞춰진 관련법을 국내법에 맞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군으로 반환받은 공원 부지에 발암물질?... 부산시 진상조사 나서시민운동본부는 허남식 부산시장을 향해서도 공사 중단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시민운동본부는 "허남식 시장은 하야리아 기지의 반환 과정에서 진행된 환경오염 조사와 정화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민관 합동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허 시장이 내년으로 끝나는 자신의 임기 안에 시민공원을 완공하기 위해 무리한 행정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석 경실련 고문은 "허 시장이 뉴욕 센트럴 파크에 버금가는 아름답고 훌륭한 공원을 만들겠다면서 발암물질이 섞인 기름 범벅 토양이 나왔는데도 이를 알고도 모른 척 하고 있다"며 "재임 기간 공원을 개장하겠다는 생각을 당장 접고 안전한 공원 조성을 위해선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우 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도 "허 시장이 오염 치유도 되지 않은 곳에서 나무만 심고 공원을 만든다면 평생 시민의 지탄을 받고 살아야할 것"이라며 "임기 내에 완공 욕심을 부린다면 시민사회는 지난 시기 하야리아 반환과 같은 투쟁을 통해 공사 진행을 막아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에서는 발암물질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시민공원추진단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관련된 최초 기초조사부터 정밀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곳이 국방부인 만큼 오늘 중으로 국방부에 공식 답변을 요청하겠다"며 "국방부의 답이 오는대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산시의 태도는 토양 오염에 대한 조사와 오염 제거 작업을 이미 마쳤다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입장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허 시장의 임기내에 공원을 개장하기 위해 부산시가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시장 임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깨끗한 공원 조성이 목적일 뿐 임기와 상관없이 시민들의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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