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70년대 섬

[한국의 섬 ②] 어선들의 긴급 피난 장소 부남도(扶南島)

등록 2013.07.26 12:19수정 2013.08.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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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의 섬>이란 책이 총 13권 나오는데, 그 중에 2권이 출간되었다. 필자는 국립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초빙을 받아 일하면서 지난 6월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후원으로 전국 섬을 직접 탐사선 등대호를 타고 세 번째 순회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촬영한다. - 기자말


a 부남도 앞 바다  부남도 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부일호 그 앞에 가는 배는탐사선 등대호 모습

부남도 앞 바다 부남도 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부일호 그 앞에 가는 배는탐사선 등대호 모습 ⓒ 이재언


부남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1.48㎢, 해안선 길이 8㎞,  목포에서 북서쪽으로 72km 떨어져 있고 면소재지 임자도와는 22km 떨어져 있는 먼 섬에 속한다. 인구는 1가구 2명이며 주위에 있는 입모도, 굴도, 갈도, 대사삼도, 소사삼도, 동현덕, 서현덕 등의 무인도 등과 함께 부남군도를 이룬다. 험한 풍파 속에도 섬과 섬이 가족처럼 모여 서로를 지키고 있어 우리네 가족들 모습과 닮아 있다.

부남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고 먼 바다로 나가기 전에 있는 섬이라 밀려드는 파도를 온 몸으로 막는 천혜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인공적으로 쌓아놓은 방파제나 선창이 전혀 없지만, 파도가 높을 때는 배들이 먼 바다에 그물을 쳐놓고 바다가 잔잔해 지기를 잠시 기다리는 곳이 부남도다.

뿐만 아니라 조업을 하던 어선들이 한숨 돌리기 위해 그물을 고치거나 쉬면서 만선의 꿈을 꾸는 섬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은 땅과 여자와 김치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지 육지에 내리기를 원하지만 한 번 배를 타면 한두 달은 배에 머물러야 한다. 그래도 이런 부남도 같은 문화 시설이 전무한 작은 섬에 내려서 잠시 쉬는 것도 좋아한다.

a 부남도 마을 가옥  오래된 고목 근처에 있는 부남도에서 가장 좋은 집 모습

부남도 마을 가옥 오래된 고목 근처에 있는 부남도에서 가장 좋은 집 모습 ⓒ 이재언


a 부남도 가옥 모습 부남도의 정겨운 마을 전경

부남도 가옥 모습 부남도의 정겨운 마을 전경 ⓒ 이재언


필자도 1993년 탐사선 등대호를 타고 서해안 섬들을 돌아보다가 잠시 들렀지만 선착장 시설의 미비로 상륙하진 못했다. 다시 2004년에 방문했는데, 당시엔 4척의 배가 밤에 조업을 나가려고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예로부터 중국으로 가는 뱃길이었던지라 부남군도 남쪽해역에서 송·원대의 유물이 많이 인양된 바 있다. 뱃길이 험해서 작고 느린 배들은 파선 당하기 쉬웠던 듯하다. 이 섬에 처음 사람이 들어온 것은 140여 년 전으로 안동 권씨가 들어와 살았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사구가 발달되어 민어, 병어, 새우, 꽃게 등이 잘 잡힌다. 이곳은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여객선이 없어, 따로 배편을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로 이곳에 온 2012년 봄에는 마을 앞에 정박해 있는 이곳 출신 권종필, 권해원씨의 배 부일호(10톤)와 38톤급의 어획물 운반선 부일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때 운반선의 선장은 흑산 진리 출신인 고진석(53)씨였는데, 그는 선원 1명을 데리고 이 배를 운항하고 있었다. 고 선장으로부터 어획물 운반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지도읍 송도로 고기를 운반했고, 돌아올 때는 기름과 얼름, 그리고 주문한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싣고 온다고 했다.

a 마을 앞 자갈밭  부남도의 유일한 자갈 밭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

마을 앞 자갈밭 부남도의 유일한 자갈 밭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 ⓒ 이재언


a 부남도 마을앞 자갈밭 전경  좀 처럼 만나기 힘든데 만 20년만에 4번째 방문하여 찍은 어부들 모습

부남도 마을앞 자갈밭 전경 좀 처럼 만나기 힘든데 만 20년만에 4번째 방문하여 찍은 어부들 모습 ⓒ 이재언


이 섬에는 고기를 잡은 어선들이 모이는 장소다. 이곳엔 생필품을 공급하는 가게나 선구점, 술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을 싣는 곳도 아니다. 그러나 매일 이곳으로 고깃배들이 모여든 이유는 바로 여기가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천연 양항처럼 생겼기 때문. 배들은 여기서 고기운반선이 어선들이 잡은 고기들을 받아 가지고 신안군 지도에 있는 송도 수협 어판장으로 싣고 간다. 고기 잡는 배들이 모두 어판장으로 싣고 간다면 많은 시간과 연료가 소비되는 등 비경제적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고기운반선이 존재했다. 한 마리의 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가? 그 경로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부남도의 역할은 컸다. 서해상에 맨 바깥에 외로이 떠 있는 섬이지만, 그냥 버려진 섬이 아니라 수많은 어선들에게 안전한 모임의 장소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섬이다.


이들이 잡은 고기를 어선에서 운반선으로 옮겨 싣는 것까지 보았지만 좀처럼 부남도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순 없었다. 그러다 지난 5월, 비로소 마을 앞 조그만 자갈밭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무척 반가워서 그물일 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어 배를 대기로 했다. 그러나 부남도에는 별도의 선착장 시설이 없어 적당한  곳을 찾아 배를 대야 한다. 내가 내린 곳은 바위투성이로 마을로 가려면 한참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마을로 가는 길 주변에 큰 나무가 몇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숲길은 해안으로 가는 내리막길로 이어지는데 거의 터널을 이루고 있을 만큼 무성하였다. 해변의 입구에 물탱크가 있고 각종 어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굵은 자갈로 이루어진 모래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마을로 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이 길로 접어들면 오르막이다. 갈림길에서 섬의 서쪽방향으로 난 산길을 택했다. 길은 왼편의 해안을 끼고 돌게 되어 있다. 왼편에 펼쳐진 바다 위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군도들이 평화롭기 짝이 없다.

a 마을 앞 좌측에서 촬영한 자갈밭 전경  여기에 살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 자갈밭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물 일을 한다.

마을 앞 좌측에서 촬영한 자갈밭 전경 여기에 살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 자갈밭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물 일을 한다. ⓒ 이재언


a 부일호와 탐사선 등대호 전경  필자가 타고온 탐사선 등대호를 부일호에 묶어 놓고 나서 바지선을 타고서 부남도에 상륙하였다.

부일호와 탐사선 등대호 전경 필자가 타고온 탐사선 등대호를 부일호에 묶어 놓고 나서 바지선을 타고서 부남도에 상륙하였다. ⓒ 이재언


a 부남도 자갈밭  권종필 선장과 어부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부남도 자갈밭 권종필 선장과 어부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 이재언


섬 안쪽은 해발고도가 100m 내외의 낮은 구릉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험하지 않았다. 어장철엔 조립식 건물에서 어부들이 살고 있다. 이 섬은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가 지리적으로 큰 바다로 나가기 직전에 위치하기 때문에 군사작전상 또는 어선들의 긴급 피난처로서 큰 몫을 한다. 다행히 그물 일을 할 수 있도록 마을 앞은 자갈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권종필(64) 선장은 이 섬 출신으로 5명의 어부들과 함께 고기잡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이런 기록 사진을 남긴다는 것이 흔치 않는 일인데 일종의 행운이었다. 권씨 형제는 어선 2척씩 모두 4척, 운반선 1척을 가지고 이곳을 중심으로 조업하고 있다. 현재는 목포에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장 철에 이곳에서 생활을 한다. 그분들은 어릴 때부터 이곳의 바다사정과 지형지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어업에 종사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a 저녁에 전기불을 밝히는 발전기  대부분 섬에 전기가 들어왔으나 아직도 발전기를 돌리는 80년대의 모습

저녁에 전기불을 밝히는 발전기 대부분 섬에 전기가 들어왔으나 아직도 발전기를 돌리는 80년대의 모습 ⓒ 이재언


a 폐교된 분교의 모습  마을 위쪽에 있는 옛 분교의 모습 태풍에 지붕이 날라나고 방치된 건물의 모습

폐교된 분교의 모습 마을 위쪽에 있는 옛 분교의 모습 태풍에 지붕이 날라나고 방치된 건물의 모습 ⓒ 이재언


신안군에서는 선착장 시설, 전기, 여객선 투입 등 인프라 시설비,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주민들에게 더 큰 섬이나 육지로 이사 나올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이곳이 고기잡이 근거지이기 때문에, 그들은 육지로의 이주를 거부하고 이 섬에서 지내고 있다. 끝까지 유인도 섬으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섬을 지키주는 권종필 선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발걸음을 마을로 향하였다.

이 섬에 최고 5가구가 살았으며 폐교된 분교가 아직도 남아있었다. 경운기를 돌려서 저녁에 불을 밝히는 부남도는 돌담과 집터의 흔적이 있는 폐가가 몇 채 있었고 아직도 70년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부남도는 지금도 문명의 때가 전혀 묻지 않는 아름다운 섬이다. 다시 부남도를 방문하고 싶다. 어부들과 하루 밤을 지내고 그 배를 타고서 고기도 잡고 싶다. 
#부남도 #자갈밭 #먼바다 #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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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 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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