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몽니', 갈 길 먼 민주당의 '양보'

내달 5일 국정원 기관보고 '1시간 공개'로 절충... 정상회담 회의록 논란 공방 자제키로

등록 2013.07.28 21:11수정 2013.07.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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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에서 국조특위 운영에 관해 합의한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에서 국조특위 운영에 관해 합의한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새누리당의 '어깃장'에 갈 길 급한 민주당이 '양보'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8일 국가정보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로 파행된 국정원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국정조사 특위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전날(27일) 회동에 이어, 28일 오후 2차 회동을 하고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는 물론, 증인·참고인 채택 및 청문회 일정까지 일괄 협상했다.

그러나 양당 간사의 합의 내용을 보면, 민주당이 대폭 뒤로 물러섰다.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공개를 요구했던 국정원 기관보고의 경우, "국정원장의 인사말과 간부소개, 여야 간사 및 여야 간사가 지명한 1인 등 총 4인의 기조발언" 외 나머지 시간은 비공개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전 유출 의혹'은 이번 국정조사에서 논외의 대상이 됐다. 민주당은 앞서 국정원 국정조사 범위 중 네 번째인 '기타'에 해당 의혹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양당 간사는 이날 "NLL논란과 관련하여 여야 원내대표의 정쟁중단 선언을 존중하여 NLL 대화록(회의록) 유출·실종·폐기 등과 관련하여 공방을 자제한다"고 합의했다.

실질적인 국정조사 특위의 활동 재개도 내달 5일께나 시작된다. 양당은 오는 29일 오후 열릴 특위 전체회의에서는 국정원 기관보고 및 청문회 일정 등에 대한 의결 및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만 다루기로 했다. 파행의 원인이었던 국정원 기관보고는 내달 5일로 미뤄졌다. 사실상 특위가 29일 전체회의를 끝으로 '휴가'에 들어가는 셈이다.

특위 차원의 현장조사 역시 없을 예정이다. 양당 간사는 이날 특위의 증인 및 참고인에 대한 청문회는 내달 7, 8일 이틀 동안 실시하고 사흘 뒤인 12일 오전 11시에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민주당은 민주당 특위위원 차원에서 내달 1일 혹은 2일 경찰청 등을 방문하기로 했다. 민주당 특위위원들이 지난 26일 국정원을 항의 방문했던 것과 같은 차원이다.

결국 총 45일의 국정조사 기간 중 핵심일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기관보고 3일과 청문회 2일 등 총 5일밖에 안 되는 셈이다.


국정조사 내내 '몽니' 부린 새누리... 증인 명단 채택 아직 합의 안 돼

민주당이 이처럼 양보하게 된 데는 새누리당의 '몽니' 탓이 컸다. 애초부터 여야가 마주한 국정조사 특위는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 18일 전체회의와 지난 24, 25일 법무부·경찰청 기관보고 등 단 사흘에 불과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에 대한 특위위원 '제척사유' 공방으로 국정조사 활동기한 중 16일을 공중에 날려버린 상황이었다.


이번 파행의 쟁점이 된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도 이미 예견됐던 것이었다. 당시 '국가기밀보호'를 이유로 비공개를 주장했던 새누리당과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공개를 주장했던 민주당은 이 부분을 합의하지 못한 채 국정조사 특위를 '개문발차(開門發車)' 했다. '미완의 합의'는 결국 지난 26일 국정원 기관보고 파행으로 연결됐다. 새누리당은 25일 경찰청 기관보고 직후 의사일정 합의 당시 '공개 여부 합의'를 전제로 둔 점을 강조하며 국정조사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앞서 열린 법무부·경찰청 기관보고에서도 원활한 국정조사 진행을 방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25일 경찰청 기관보고 때는 세 차례나 집단 퇴장 등을 통해 국정조사를 정회했다. 민주당 소속 신기남 특위 위원장이 양당 의원들의 설전을 막으며 "조사 중지는 없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파행 국면에서도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새누리당이 이날 국정조사 파행과 관련해 낸 논평은 없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하루에만 세 번의 논평을 통해 국정조사 정상화를 촉구했다. 신기남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인내와 용기로 한발 한발 나아가서 최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성과라도 거둬야 한다, 여야 특위위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결국 시간에 쫓기는 이는 민주당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보다 이후 청문회에 설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가 더욱 중요한 쟁점이었다.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 및 참고인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에게 출석일로부터 7일 전에 소환장을 송달해야 한다. 국정조사 종료시한이 내달 15일까지인 점을 미루어볼 때, 파행이 장기화됐을 경우, 청문회 실시 여부도 가늠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게다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날 합의에서도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 짓지 못했다. 쟁점은 '증인'이다. 정청래 의원은 이와 관련, "몇몇 증인에 대해서는 아직 (양당 간) 의견 접근이 안 돼서 내일 오전까지 최종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권성동 의원은 "만약 내일 오후 2시까지 증인 문제가 타결 안 된다면"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청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요구사항이고 국정원 전·현직원 매관매직 의혹, 여직원 인권유린 의혹 등은 새누리당의 요구사항이다"며 "형평성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일괄 타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만족 못 하지만, 국정조사 살려야 한다는 심정으로 양보"

한편,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이 많이 양보했다는 지적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 특위위원인 박영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파행 속내가 드러났다"며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통해 남재준 국정원장의 NLL (회의록) 공개 책임에 대해 추궁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경환 (원내)대표의 NLL (정쟁) 중단 발언 속내도 여기에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며 "새누리당의 정정당당하지 못한 태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역시 "새누리당 하자는대로 끌려가는 이런 합의 뭐하러 하나"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새누리당의 요구처럼 완전 비공개로) 양보한 것이 아니라 절충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어렵게 태어난 옥동자가 중간에 사고를 당해 멈추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국민들도 국정조사 중단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 조사시간 중 양당 기조발언까지 포함, 1시간만 공개하기로 한 건 민주당의 손해 아닌가"라고 재차 묻자, 정 의원은 "제 입장에서는 (합의가)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그러나 국정조사가 중단, 파행되는 것보다는 양보해서라도 국정조사를 살려야겠다, '솔로몬의 심판'에 나온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주장했던 '회의록 사전유출 의혹'을 사실상 국정조사에서 제외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양당 간사는 '양보가 아니다'라고 비켜섰다.

정 의원은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 관련)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많이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며 "NLL은 또 다른 문제라서 별도로 국정조사를 추진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국정원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사건과 이를 시발점으로 한 NLL 대화록 불법 유출 사건은 일란성쌍둥이(박범계 민주당 특위위원)"이라는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권 의원은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NLL 공방을 종식하자고 선언했고 이번 국정조사 목적과 범위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국한돼 있다"며 "(NLL 관련) 별도의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건 원내대표끼리 결정할 일이고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서는 NLL회의록 관련 공방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양당 간사 합의 사항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야간사는 아래와 같이 합의했다.

첫째, 국정조사 특위는 엔엘엘 논란과 관련하여 여야 원내대표의 정쟁 중단 선언을 존중하여 엔엘엘 대화록 유출, 실종, 폐기 등과 관련하여 공방을 자제한다.
둘째, 위원장은 지난 7월 26일 국조특위가 야당단독으로 진행된 것과 관련하여 유감 표명을 한다.
셋째, 7월 29일 즉, 내일 오후 두시에 특위를 개최하여 국정원 기관보고, 청문회 일정 등을 의결하고 증인 참고인을 채택한다.
넷째, 특위의 국가 국정원 기관보고는 8월 5일 월요일 오전 10시에 실시한다.
다섯째, 특위의 증인 및 참고인에 대한 청문회는 8월 7,8일 이틀간 실시한다.
여섯째, 특위는 8월 12일 오전 11시 국조 결과보고서를 채택한다.
일곱째, 국가정보원의 기관보고는 공개와 비공개를 결합하여 진행한다. 공개는 국정원장 인사말, 간부소개, 여야 간사 및 여야 간사가 지명한 1인, 총 4인이 각각 기조발언을 하고 각 발언 시간은 10분으로 한다. 국가정보원의 기관보고와 질의응답은 비공개로 실시하며, 회의 내용은 필요시 여야 간사 브리핑한다.
여덟째, 7월 29일에 채택하지 못한 증인 참고인 등의 추가 선임문제는 양당 간사에게 위임한다. 참고인은 여야가 3인씩 추천하여 6인으로 한다.
2013.7.28.
새누리당 간사 권성동, 민주당 간사 정청래

#국정원 국정조사 #정상회담 회의록 #NLL #새누리당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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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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