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로 텅빈 울산 거리에 긴장 감도는 이유

[분석] 정규직·비정규직·간부노조 분주한 움직임... 회사 측과 대립할까

등록 2013.07.29 17:00수정 2013.07.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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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7일부터 휴가를 떠난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의 7월 29일 모습. 지난 20일 희망버스에 대비해 쌓아놓았던 컨테이너 박스가 사라졌다.
지난 7월 27일부터 휴가를 떠난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의 7월 29일 모습. 지난 20일 희망버스에 대비해 쌓아놓았던 컨테이너 박스가 사라졌다.박석철

29일 오전, 울산 동구와 북구의 거리가 조용하다. 국내 최대 공단이자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가장 큰 현대중공업(동구)과 현대자동차(북구)가 지난 27일부터 8월 4일(현대차), 9일까지(현대중공업) 동시에 휴가를 떠났기 때문.

현대차, 현대중공업 양대 공장 종사자 10만여 명과 관련업체까지 합하면 20여만 명의 노동자들이 동시에 휴가를 떠난 것. 그 가족까지 합하면 엄청난 수다.

하지만 이처럼 조용한 울산 거리가 오히려 폭풍전야를 맞은 듯 긴장돼 보인다. 그 이유는 휴가 전 현대차 회사측이 보인 강경입장이 노조측을 자극해 일전을 불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정규직노조),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에다 일반직지회(간부노조)까지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현대차, 희망버스 이후 "비정규직노조는 폭력집단"..."적반하장"

현대차는 그동안 중단했던 비정규직노조와의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최근 진행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0일~21일 1박 2일간 있었던 울산 희망버스 사태로 특별교섭은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회사측은 보수언론과 보수단체 등의 힘을 얻어 희망버스와 비정규직노조를 '폭력집단'으로 규정, 경찰에 고소고발을 추가로 진행했다. 언론에도 파국을 이미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비정규직노조는 휴가를 떠나기 전 성명을 내고 "회사 용역깡패들이 쇠파이프와 칼, 낫, 도끼로 무장했는데 누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하나"고 되묻고 "이번 희망버스에 전국의 많은 국민들이 조합원들을 도우려 큰 연대를 만들었지만 회사측이 철벽으로 틀어막은 불통에다 폭력을 휘두른 후 책임을 노조측에 전가시켰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29일 "이미 회사측과 보수언론을 통해 비정규직들이 폭력집단으로 매도되어 있고, 특별교섭도 회사측이 파국을 선언한 상태에서 무엇이 남았겠나"고 되물었다.


정규직노조의 입장도 강경하다. 휴가 전 마지막 교섭인 지난 23~24일 임단협 협상이 감정만 상한 채 끝난 데다, 특히 회사측이 오는 9월 있을 현대차노조 집행부 선거 후 새 집행부와 협상을 벌일 것을 공공연히 언론에 흘리면서 노조측을 압박한 것. 정규직노조에 따르면 휴가가 끝나는 5일 회사 측의 전향적인 자세가 없을 경우 6일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8일 대의원 대회를 열어 쟁의발생 신고를 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노조 관계자는 "이미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회사측이 '현 집행부와는 끝났고 다음 집행부와 협상을 이어간다'고 한 이야기가 기정사실화되어 있다"며 "자존심을 먹고 사는 노조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기다 지난 3월 28일 노조를 결성한 현대차 일반직지회(간부노조)의 향방도 주목된다. 일반직지회는 8월 현대차노조의 대의원대회에서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현대차노조에 편입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측이 회사측의 방해를 감지함에 따라 현대차노조 편입 절차를 전후해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예상된다.

현대차 일반직지회는 "회사측이 간부노조가 현대차노조에 편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고, 그 문건도 입수했다"며 "이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휴가가 끝나는 8월 5일 현대차 회사측이 특단의 대화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정규직·비정규직·간부노조가 함께 나서서 회사측과 대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크지고 있는 것이다.

휴가로 한산한 울산의 거리에 오히려 긴장감이 감도는 이유다.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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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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