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5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춘추관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각이나 비서진 개편 인사 때마다 거의 반복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청와대는인사에 대해 자화자찬에 나섰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맞장구를 치고, 민주당과 진보당 등 야당은 "국민과 싸우자는 인사"라며 혹평을 내놓았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번 비서실 개편과 관련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과중한 업무와 책임 속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 온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하였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신임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이 수석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3선국회의원과 국회법사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입법, 사법, 행정에 걸쳐 탁월한 경륜과 역량을 갖춘 분으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종합적인 균형감각을 갖춘 분"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외에도 정무수석에는 외교관 출신의 박준우 전 EU 대사, 민정수석에는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 미래전략수석에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고용복지수석에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새롭게 임명됐다.
비서진 개편에 대해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5일 브리핑을 통해 "오늘 임명된 신임 비서실장 및 수석들은 해당 분야에서 경륜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게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적합한 인사로 평가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당사를 예방한 새 비서진들에게 "국민들이 바라는대로 안정감과 속도감을 내는 강력한 박근혜 정부의 추진로켓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존경하고 박근혜 정부의 탄생 때부터 큰 힘이 되어주었던 김기춘 실장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반색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새누리당과는 달리 야당의 평가는 혹평 수준이다. 민주당, 진보당, 정의당 등 야당들은 일제히 김기춘 비서실장의 경력을 거론하며 부적절한 인사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신임 비서실장은 국회의장인 강창희, 탄핵의 주역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용갑 전 의원 등과 더불어 7인회라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 자문모임의 멤버이며, 유신헌법을 초안하고, 중앙정보부 대공 수사부장 경력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주도 등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김 실장은 199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영남 기관장들과 함께 김영삼 후보 당선을 위해 "우리가 남이가?"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초원복집 사건의 장본인이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과거에 공작정치를 한 사람으로서 엄중한 정국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앞으로 청와대 비서실을 김기춘 실장과 이정현 수석이 주도해서 국정을 농단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 주시고 그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비서실장일지 모르나 우리 국민들에게는 가장 끔찍한 인선"이라고 지적하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정국이 얼어붙은 마당에 원조 정치공작 책임자를 비서실장으로 앉힌 것은 현 사태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과 판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비서실장의 자리가 대통령의 복심이고 측근이라는 점을 백번 이해한다 하더라도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인사는 실망스럽고 암울하다.국정조사에 대통령이 나서라는 야당의 목소리를 이번 신임인사로 깔아 뭉개시겠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며 비판에 목소리를 보탰다.
'100% 대한민국'에 적합한 인물일까 비서실장이라는 자리에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헤아리는 최측근이 임명되어 왔다는 점에서 신임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만으로 비난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의 "지난날 정부에서, 또 국회에서 경험한 국정 경험과 의전 경험을 되살려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대통령님의 국정구상과 국정철학이 차질 없이 구현되도록 성심성의껏 보필하겠다"는 첫 인사말이 비서실장이라는 자리의 이런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