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된 비밀문서. 이 부문에서는 일반직지회가 현대차노조에 편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의원들의 반감을 적극 자극해 3분의 2 가결되지 않도록 선무하라는 내용이 적혀있다(빨간색 네모 안). 아래 오른쪽에 현대차 회사 마크가 선명하다.
현대차 일반직지회 제공
8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하 현대차노조)가 회사 측이 이번 여름 휴가 전에 작성한 '노조 파괴 비밀문서'(문서 제목은 쟁발결의 임시대대·이하 비밀문서)를 공개하고 정몽구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노조는 당초 8일과 9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 결의를 할 예정이었다. 이 비밀문서에는 회사 관리자들이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다룰 각 조항에 각각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내용과 조합원들이 현 집행부를 무능력하게 인식하게끔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 문건에는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가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던 과장급 이상 사원 노조인 현대차일반직지회(이하 간부노조)의 현대차노조 편입을 부결시키기 위한 방안 등이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차노조는 8일 오전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쟁의발생 결의를 앞두고 대의원대회를 무력화시키고, 노노갈등을 조장하면서 노조의 자주성을 말살시키려는 공작"이라며 "정몽구 회장은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기자가 단독 입수한 비밀문서에 따르면, 이 문건은 지난 7월 26일 휴가 전 간부노조 조합원이 발견한 것으로, 휴가를 맞아 관리자들에게 전·현직 노조 간부와 대의원 등을 맨투맨 방식으로 만나 설득 활동을 하라는 지침이 담겨있다.
현대차노조 측은 관리자들이 휴가 때, 이 문건에 나와 있는 내용대로 대의원들을 개별 접촉한 것으로 예상하면서 관리자와 접촉한 대의원의 수를 파악하는 등 비밀문서가 실제로 활용됐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일반직들, 과거 구사대 역할 수행할 것" 비밀문서에는 임단협 교섭이 지지부진하게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집행부 임기를 문제삼아 현장 조직을 선동, 추석 전 타결이 안 되면 임기 준수를 요구하도록 활용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이 문서에는 현 집행부의 전략·전술 부족을 들어 파업 장기화로 인한 조합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을 설파토록 하는 등 현 집행부를 무능력하게 하려는 듯한 내용도 있었다.
특히 간부노조가 현대차노조에 편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직들이 과거 구사대 역할을 수행할 것을 적극 전파하고, 일부 좌파 대의원들의 부정적 여론을 전파할 것", "좌파 대의원들을 통해 의결 정족수 3분의 2를 넘기지 않고 부결시키도록" 등의 구체적 내용이 들어있다.
이는 대의원대회에서 간부노조가 현대차노조에 편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실제로 현대차노조는 이번 비밀문서의 발견 등의 문제로 인해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다루려던 간부노조 편입 건을 연기했다.
현대차노조 "불순한 음모 담긴 문서... 정몽구, 사과하라"현대차노조는 "이 비밀문서에는 어떤 안건을 부결시킬지, 가결시킬지를 사측이 이미 정해놓고 이에 대한 자세한 대응 논리까지 일일이 적시돼 있다"며 "수백 명에 달하는 노조 대의원들에 대한 공작정치 방해와 역할 분담·현장조직 다루는 법 등 자세한 대응방침이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비밀문서는 오늘(8일) 개최되는 대의원대회 쟁의발생 결의 안건을 직접 겨냥하고 있고, 나아가 임단협 전기간에 걸친 공작 정치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며 "이는 현대차노조에 대한 도발이며 집행부의 임기 문제까지 끄집어내 노조를 흔들어대려는 불순한 음모가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이 직접 책임져야 할 중대 사안"이라며 "4만5000 조합원 앞에 노조 말살 공작정치 중단선언으로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올해 임단협에 따른 나름의 대응책을 (문서로) 만든 것이지 노조를 말살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며 "문서를 작성하고 실행한 관련 부서를 상대로 진위 여부와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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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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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파괴 문서 살펴봤더니... "반감 적극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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