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최근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누출되고 있는 방사능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언론에 많이 오르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객관적인 수치와 비교하여, 과연 근거가 있는 걱정인지 살펴보자.
[질문1] 일본은 가면 안되는 나라인가?
첫째, 일본은 들르면 안되는 나라인가? 2008년에 발표된 유엔 방사선영향 과학위원회(UNSCEAR)의 보고서 '이온화 방사선의 원인과 영향'을 바탕으로 계산해 보자.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일반인(방사선 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이 받던 방사선량은, 세계인 평균으로 1년에 3mSv(밀리시버트)였다. 이 중 자연 방사선량이 2.4 mSv, 인공 방사선량이 0.6 mSv였다(체르노빌 원전 사고 영향 0.002 mSv 포함).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이 1년에 인공 방사선 1mSv까지는 노출되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정해 놓았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되는 방사능 노출량이 있다. 흉부 X선 촬영을 하면 한 번에 0.07 mSv(또는 70 μSv)를 받는다. 복부 X선 사진을 찍으면 0.82 mSv에 노출된다. CT 촬영을 하면 7.4 mSv를 받는다. 장거리 비행기를 타면 시간당 4 μSv/h(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을 받는데, 서울에서 뉴욕 가는 14시간짜리 비행기를 타면 약 0.06 mSv(56 μSv)를 받겠다고 할 수 있지만, 대략 아시아에서 뉴욕 가는 여행객은 0.1 mSv를 받는다고 본다. 왕복 비행하면 두 배가 되므로, 최대 0.2 mSv를 받는다.
그러면 일본에 가면 방사능에 얼마나 노출되는가? 나리타 공항에는 그 측정수치가 인터넷에 공개되는 방사선 측정기가 두 개 있는데, 그 중 방사선량이 더 많이 나오는 B지점의 2013년 3월 27일부터 7월 22일 사이의 평균 방사선량은 0.06745 μSv/h였다. 4박 5일 일본 여행이 첫날 정오에 도착해서 마지막 날 오후 5시에 떠나는 일정이라고 보면 101 시간 체류하니까, 약 0.007 mSv(6.81245 μSv)의 방사선을 쐬게 된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산지를 따져야 안전하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7월 17일에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볼락(Spotbelly rockfish)에서는 kg당 21만2000 베크렐(becquerel; Bq)의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이 수준의 방사능은 2.968 mSv/kg (137Cs 기준, 1 베크렐을 0.000014 mSv로 환산)에 해당한다. 이런 물고기를 잘못 먹으면 엄청난 양의 방사능에 체내 피폭을 당할 수 있다.
[질문2] 한국은 후쿠시마 누출 방사능에서 자유로울까? 둘째, 우리나라는 편서풍과 해류(쿠로시오 해류?) 덕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누출되는 방사능의 영향에서 자유로울까? '원자력연감' 2012년판의 측정자료를 통해 확인해 보자.
우선, 편서풍은 완벽하게 우리나라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2011년 우리나라의 빗물에 포함된 세슘(137Cs) 방사능 농도(0.116∼303 mBq/L)는 그 전 5년 농도 범위(0.036∼12.3 mBq/L)에 비해 최대값이 25배까지 올라갔다.
해류도 우리의 방패막이 아니다. 2011년 우리나라 해산물의 세슘 및 플루토늄 검출량을 보면,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로 어류의 플루토늄(239+240Pu) 방사능 농도(0.223~2.91 mBq/kg-fresh)가 직전 5년 평균값(0.108 mBq/kg-fresh)보다 최대 27배, 패류의 플루토늄(239+240Pu) 방사능 농도(1.48~169 mBq/kg-fresh)도 직전 5년 평균값(5.85 mBq/kg-fresh)보다 최대 29배, 해조류의 플루토늄(239+240Pu) 방사능 농도(34.7~62.5 mBq/kg-fresh)도 직전 5년 평균값(0.375~4.72 mBq/kg-fresh)보다 최대값이 13~93배 증가했다.
원자력발전 관계자들은 '평소보다 증가했더라도 여전히 기준치보다 낮은 수준이다'라고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2011년에 채취한 해산물을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특히 아기 낳은 산모들에게 그 정도로 검출량이 증가한 미역을 끓여주면서 모유 수유를 권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질문3] 방사능 노출 물고기가 동해에서 잡힐까?셋째, 일본에서 방사능에 노출된 물고기가 동해로 와서 잡히는 일이 있을까? 2012년 해양환경방사선조사 보고서를 보자.
2012년 조사 대상 어류에서 세슘(137Cs) 방사능 농도는 31.6~2432 mBq/kg-fresh였다. 특히 2432 mBq/kg-fresh는 2012년 4월 30일에 강릉에서 잡힌 숭어에서 검출되었는데,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전 6년 동안(2005-2010) 전국에서 잡힌 전체 어류의 방사능 농도(<13.5~184 mBq/kg-fresh) 최대값의 13배에 해당한다. 특히, 이 숭어의 134CS 방사능 농도는 1719 mBq/kg-fresh였다. 그렇다면 이 물고기의 전체 세슘(137Cs+134Cs) 방사능 농도는 4151 mBq/kg-fresh(4.151 Bq/kg-fresh)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에서 정한 기준치는 370 Bq/kg, 일본 정부 기준치는 100 Bq/kg (유아는 50 Bq/kg)이니, 기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면 안전할까?
동해산 숭어의 세슘 방사능 농도가 일본 기준치의 1/25이니 괜찮다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다 큰 숭어는 작아도 1 kg, 실한 것은 2 kg이 넘는다. 내장 다 빼고 먹어도 한 마리 제대로 발라서 먹으면 1 kg을 섭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런 숭어를 보름에 한 마리 먹으면 1년에 26마리 먹고 일본 기준치를 초과하게 된다(참고로, 일본 정부에서는 자주 마시는 음료수에 대해서는 방사능 허용 한계를 10 Bq/kg로 낮게 정해 놓았다.).
정부의 방사능 발표가 거짓말은 아니지만...이렇게 세 가지 우리 국민들이 걱정하는 문제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결론은 무엇인가? 기준치와 관련하여 정부의 방사능 관련 각종 발표가 거짓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한 해에 기준치를 넘지 않는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해서 건강에 지장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3년에 발표된 핀란드 여객기 승무원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 결과, 여객기 승무원은 평지에서 사는 사람들에 비해 근속 기간(평균 20.7년 항공사 근무 중 10.5년 동안 비행기를 탐) 동안 27.9 mSv의 방사선에 추가로 노출되었다. 그 결과 여자 승무원은 일반 여성보다 16% 더 각종 암에 더 많이 걸리고, 남자 승무원은 일반 남성보다 39% 더 각종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Katja Kojo. (2013). Occupational cosmic radiation exposure and cancer in airline cabin crew. Helsinki, Finland: Radiation and Nuclear Safety Authority.)
후쿠시마 제1원전에 사고가 난 지 2년이 넘은 2013년 7월 현재, 도쿄전력이 인정한 사실만 해도, 그 발전소에서는 공기 중으로는 최대 측정치 2170 mSv/h(연간 약 1900만 mSv로서, 세계인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방사선량 3 mSv/yr의 600만 배 이상)의 방사선을 뿜어내는 수증기가 누출되고 있다. 바닷물은 어떤가? 리터당 23억5000만 베크렐(134Cs(60 Bq/L), 137Cs(90 Bq/L)의 한계치를 합한 기준치인 리터당 150 베크렐의 약 157만 배)의 세슘방사능이 확인된 오염수가 지하수에 섞여 들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방사능 오염수가 섞여서 바다로 유입되는 지하수가 매일 300톤에 달한다고 한다.
편서풍과 해류가 우리나라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빗물과 우리나라 어부들이 채취하는 각종 해산물이 안전할 수 있을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일반 국민의 방사능 공포는 괴담이 되기도 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국민 건강 보호정책을 불러오는 합리적인 우려가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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