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록, 일본 각계 반응은?

경남도교육청, 김복득 할머니 <나를 잊지 마세요> 일본어판 우편 발송

등록 2013.08.13 11:44수정 2013.08.13 11:44
0
원고료로 응원
"역사를 왜곡하면 자기 자신을 왜곡하는 것이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이 13일 오전 창원우체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김복득(96․통영)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은 교육자료 <나를 잊지 마세요> 일본어판을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인사들에게 우편발송하면서 한 말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3월 <나를 잊지 마세요> 한글판을 낸 데 이어 이번에 일본어판을 냈다. 지난해 8월 고영진 교육감이 통영에 거주하는 김복득 할머니를 찾아 "증언록을 만들어 학생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김 할머니가 받아들여 발간작업이 이루어졌다.

a  경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일대기를 담은 자료집 <나를 잊지 마세요>의 일본어판을 출간한 가운데 고영진 교육감은 13일 오전 창원우체국에서 우편으로 일본 수상 등에게 발송했다.

경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일대기를 담은 자료집 <나를 잊지 마세요>의 일본어판을 출간한 가운데 고영진 교육감은 13일 오전 창원우체국에서 우편으로 일본 수상 등에게 발송했다. ⓒ 윤성효


교육청은 역사·국어 교원을 중심으로 집필위원회를 구성해 6개월간 작업을 벌였고, 집필원고는 대일항쟁기위원회와 한국여성사학회 등 전문가들의 감수 과정을 거쳤다.

증언록은 책자인 <나를 잊지 마세요>와 교사용 지도서, 다큐멘터리 동영상 CD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청은 이들을 모두 번역해 일본어판으로 만들었다.

교육청은 <나를 잊지 마세요> 일본어판을 일본 각계에 우편으로 보냈다. 아베 신조 총리,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등 정계 지도자와 시모무라 문부과학성대신, 47개 도도부현 교육장 등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발송됐다.

고영진 교육감은 <나를 잊지 마세요> 일본어판과 함께 친필 편지도 함께 동봉했다. 고 교육감은 편지에서 "해마다 돌아오는 8월이 유난히 더 뜨거운 2013년, 광복 68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에는 많은 분들이 당시 상처의 흔적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역사가 왜곡되면서 과거가 부끄러운 시간으로 묻혀지고 잊혀져 가고, 이제는 이미 여든, 혹은 아흔이 되어버린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소녀들의 절규도 목이 쉬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고 교육감은 "역사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디딤돌"이라며 "조상들이 남긴 과거의 흔적은 비록 그것이 오욕과 분노, 치욕의 역사일지라도 오늘을 사는 우리는 진실에 입각하여 인식하고 그리고 후세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a  경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일대기를 담은 자료집 <나를 잊지 마세요>의 일본어판을 출간한 가운데 고영진 교육감은 13일 오전 창원우체국에서 우편으로 일본 수상 등에게 발송했다.

경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일대기를 담은 자료집 <나를 잊지 마세요>의 일본어판을 출간한 가운데 고영진 교육감은 13일 오전 창원우체국에서 우편으로 일본 수상 등에게 발송했다. ⓒ 윤성효


<나를 잊지 마세요>에 대해, 고 교육감은 "역사 정립을 위해 과거의 아픈 상처를 할머니의 구술로 증언한 책은 일본의 강점과 나라 잃은 백성이 당했던 인권유린의 아픔을 후손들이 바로 알게 해주는 역사교재가 되었다"며 "김복득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일본에게 역사적 책임과 반성을 촉구하고, 역사적 책임감이란 자신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 교육감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때 그 모습,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이 미국에도 세워졌고, 기록과 보존을 통해 역사는 흔적을 남기며 세대를 초월하고 지역의 경계를 넘어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라며 "이제 <나를 잊지 마세요>가 백성의 삶은 국가의 번영과 평화에 의해 담보되지만 힘없는 나라 백성의 삶이라도 당연히 대우받고 존중되어야 하는 소중한 인권임을 상기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고 교육감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눈물이 그칠 수 있는 날을 이제 시장님과 함께 기원하고 싶다"며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노력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과 명예가 회복되고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초석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고 교육감은 이날 오후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인 '정의비'를 찾아 <나를 잊지 마세요> 일본어판을 헌정한다.

경남도교육청은 출간한 일본어판을 일본에 있는 모든 한국교육원과 한국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교육청은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경남지역 모든 초등학교(1~6학년)와 중·고등학교에서 2시간 이상 위안부 피해자 문제 이해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현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최고령인 김복득 할머니는 1918년 통영 태평동에서 태어나,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일본의 '취업사기'에 속아 위안부로 끌려가 7여 년간 지옥과 같은 생활을 강요 당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공식적으로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a  경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일대기를 담은 자료집 <나를 잊지 마세요>의 일본어판을 출간한 가운데 고영진 교육감은 13일 오전 창원우체국에서 우편으로 일본 수상 등에게 발송했다.

경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일대기를 담은 자료집 <나를 잊지 마세요>의 일본어판을 출간한 가운데 고영진 교육감은 13일 오전 창원우체국에서 우편으로 일본 수상 등에게 발송했다. ⓒ 윤성효


#일본군 위안부 #경남도교육청 #고영진 교육감 #김복득 할머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4. 4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5. 5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