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피켓을 준비해 온 학생들.
권우성
폭염에도 열린 이날 수요집회에는 김 할머니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이후 귀국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거주해 온 피해자 하상숙(85) 할머니도 함께했다. 이외에도 학생과 시민 3000여 명(주최 쪽 추산·경찰 추산 1300명)이 참석해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집회가 열린 시각 서울 낮 기온은 33도까지 올랐지만 다들 나비 모양의 부채를 흔들며 자리를 지켰다.
이날 수요집회는 올해 첫 회인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기림일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강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인 1991년 8월 14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 등 9개 나라 17개 도시에서도 기념행사가 함께 진행됐다.
정대협은 기림일을 맞아 당시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 영상을 상영했다. 화면 속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입은 내가 엄연히 살아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린 지 22년이 흘렀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그 사이 할머니들은 세상을 떠났고, 최근에는 이용녀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제 일본군의 만행을 증언할 수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57명이 생존한 상태다.
정대협은 "일본은 전쟁시에 위안부가 필요하다는 시대착오적인 망언과 피해자를 향한 인권침해적 언동들을 일삼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침략전쟁 준비와 평화헌법 개악을 중단하고 올바른 과거청산에 앞장서는 것만이 일본을 위한 길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래 전에 했어야 할 숙제를 풀지 못하고 방관하고 있는 한국 정부도 역시 피해자들을 기나긴 거리투쟁으로 내모는 반인권적 직무유기를 조속히 중단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방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국민적 기본권조차 부정하는 또 다른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온·오프라인에서
'1억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정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세계 각국에서 100만694명이 참가했다"며 "앞으로 1억 명의 목소리가 모이면 일본 정부도 알아서 사과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에는 니마 나마다무 콩고민주공화국 여성인권운동가 등 세계 각국 여성 운동가들도 참석했다. 홍익표·이미경 민주당 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도 함께했다. 홍 의원은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38명이 참가한 서명용지를 정대협에 전달하면서 "'일제 침략사·범죄 부정 처벌 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