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카이네틱 댐이 설치됐을 경우 물에서 반구대 암각화가 보호되는 가상도
문화재청
1971년 반구대암각화가 발견된 후 훼손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보존 대책이 논의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2006년 초, 가뭄으로 드러난 반구대 암각화에서 백화현상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바위에 새겨진 그림 일부가 하얗게 변하면서 결국 빨리 보존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본격적으로 높아진 것.
이때부터 반구대암각화 보존방법을 두고 정부(문화재청)와 울산시의 공방이 본격화됐다. 결론적으로 지난 6월 정부와 울산시는 오랜 공방 끝에 '카이네틱 댐(가변형 투명 물막이)'이라는 임시방편을 보존대책으로 합의했지만, 이는 영구적이고 실질적인 보존방법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법과 훼손에 대한 책임을 두고 울산시와 문화재청 양측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줄곧 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가 만들어진 본래의 상태로 돌려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울산시는 물 부족을 이유로 들어 반구대암각화 앞에 차수벽(물막이벽) 혹은 제방을 쌓는 안을 고수했던 것.
울산시는 초지일관 사연댐 수위를 조절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식수 부족'을 든다. 울산시의 물에 대한 요구가 강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9년 경북 청도 운문댐과 경남 밀양댐의 잔여 물줄기를 울산으로 연결하는 방안과 정부예산 3400억 원을 투입해 2만 톤급 소규모 댐 2개를 건설하는 방안 등을 추진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타당성 검토에서 불합격을 받아 결국 불발됐다.
새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보존방법을 합의하지 못해 비난여론이 높았던 가운데 올해 들어 상황이 변화하는 듯 보였다. 지난 대선에서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 유적보전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더 잘 알려진 변영섭 교수를 문화재청장에 전격 임명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건이 댐 수위를 낮추는 것 뿐이라고 했고, 변영섭 청장도 이 주장을 펴왔다.
변영섭 청장은 지난 수년 간 반구대암각화 보존방법에서 토건방식을 고수하는 박맹우 울산시장에 맞서 댐수위 조절을 요구하며 싸워온 대표적 인물이다. 이 때문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법에서 진보적 입장을 갖고 있던 변 청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드디어 댐 수위 조절로 낙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변영섭 문화재청장 임명 후 친박인 박맹우 울산시장을 비롯한 지역의 보수세력은 박 대통령의 의중 여부와는 상관없이 반구대암각화 앞에 제방을 쌓는 안을 고수하면서 더 강경한 자세로 일관해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일부 지역주민들은 문화재위원들이 반구대암각화를 현장 조사하려 하자 꽹과리를 두드리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지역 보수세력을 등에 업은 박맹우 시장의 의지가 관철됐다. 비록 박 시장의 안대로 흙으로 제방을 쌓는 것은 아니지만 댐 수위를 낮추는 안은 수포로 돌아갔다. 또한 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반구대 암각화 앞에 투명 재질인 카이네틱 댐을 설치해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로 합의했다. 흙으로 댐을 쌓는 대신 반구대 암각화를 멀리서 볼 수 있는 투명 프라스틱 제질로 바뀐 것.
지난 6월 16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변영섭 문화재청장, 박맹우 울산시장,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등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카이네틱 댐(Kinetic Dam) 설치 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이 안대로 움직이고 있다.
카이네틱 댐은 투명한 재질의 고강도 보호막으로 된 소규모의 댐으로, 수위 변화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 장치를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반구대암각화의 모체바위와 그 앞 대곡천에 쇠파이프로 고정 장치를 박아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충격에 따른 반구대암각화 붕괴위험을 제기하고 있다.
이 안이 성사되려면 문화재위원회의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카이네틱 댐 건설은 울산시와 정부가 중재한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울산시는 8월 5일 카이네틱 댐 설치 기초조사 용역에 들어간다고 밝힌 후 6일 입찰공고를 냈다. 8월말 적격심사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오는 9월 초 본격 조사에 착수해 11월까지 기초조사를 마친다는 게 울산시의 계획이다.
"물 부족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