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일군 농토 밀어내고 만든 공원에 잡초만 무성

[르포] 4대강 사업 금강 용안생태습지학습원 가보니...

등록 2013.08.16 17:09수정 2013.08.1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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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익산시 용안면 난포리 금강변에 조성된 용안생태습지학습장(이하 용안생태습지공원)과 맞닿아 있는 성당면 주민 이진애(가명·84)씨는 기자를 만나자 한숨부터 지었다.

 익산시 용안면 금강 하류변에 조성된 용안생태습지학습원 입구
익산시 용안면 금강 하류변에 조성된 용안생태습지학습원 입구문주현

이씨는 1960년대 이 마을에 들어와 용안생태습지공원가 있기 전 논 7마지기(약 1400평)를 경작하며 살았다. 그러나 3년 전 4대강 사업 일환으로 이 일대가 생태공원과 갈대숲 조성지로 결정되면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

금강변 0.67㎡(20만2,000평)에 2010년 착공돼 지난해 5월 개장한 용안생태습지공원에는 187억 7830만 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용안생태습지학습원 조감도
용안생태습지학습원 조감도문주현

 용안생태습지학습원 전경
용안생태습지학습원 전경문주현

"지금은 생계(를 꾸릴 방안)가 없고 아는 동생이 경작하는 논 1마지기(약 200평)를 빌려서 겨우 먹을거리만 마련하고 있어. 단돈 10만 원이라도 자식들한테 달라고 하지도 못 하겠어."

성당면 주민 대부분은 금강변 일대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왔다. 원정재(가명·57)씨에 따르면 200여 농가가 이곳에서 벼농사 등을 지으며 살아왔다. 원씨도 약 만평에 가까운 부지에서 30여년 가까이 농사를 지었다.

성당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정진(가명·52)씨는 "이곳이 잘사는 동네는 아니었지만, 한창 농번기 철에는 새참 등으로 음식 주문이 많았다"며 "그런데 금강변에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면서 음식 주문도 끊기고, 주민들의 씀씀이가 줄었다"고 식당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윤씨는 "공사 전에 비해 한 30% 매출이 감소된 것 같다"면서 "자전거 여행객들로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하루 10만 원 벌이도 힘들다"고 말했다.


용안생태공원 및 갈대숲 부지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면서 대부분이 노인인 성당면 주민들의 삶은 곤궁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여진다. 일부 주민들은 생태공원 잡초 제거 등 공공근로에 투입되기도 했는데, 이것도 한시적이었다.

원씨는 "7월에 20일 정도 공공근로를 했다"며 "그 수도 20여 명으로 용돈 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도로에서 용안생태습지학습원으로 내려갈 때 이용하는 돌계단. 자전거도로에서 집중하고 살펴봐야 돌계단을 찾을 수 있다.
자전거도로에서 용안생태습지학습원으로 내려갈 때 이용하는 돌계단. 자전거도로에서 집중하고 살펴봐야 돌계단을 찾을 수 있다.문주현

공원 찾은 관광객 "매운탕 끊여먹기 위해 잠시 들렀다"

이처럼 성당면 주민들의 농토를 앗아간 생태습지공원. 관광객들은 많이 찾을까싶어 생태습지공원을 찾았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생태습지공원을 찾은 관광객은 대전에서 부인과 함께 온 A씨가 전부였다.

그러나 A씨도 "이곳이 생태습지공원인지 몰랐다"면서 "정자가 하나 있길래 매운탕을 끊여 먹기 위해 잠시 들른 것"이라고 전했다.

A씨 부부는 생태공원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들은 생태습지공원 초입 정자로 인해 생긴 그늘에 버너를 놓고 매운탕을 끊이고 있었다. 33도의 뜨거운 열기에 매운탕은 팔팔 끊고 있었다. A씨는 "지역을 떠나서 이것을 생태습지공원이라고 볼 수 있겠나"라며 "허허벌판에 아무것도 없지 않나, 삼겹살 먹고 매운탕 먹기 딱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류관찰지 등 학습원 내 주요 장소를 알려주는 안내판은 이렇게 무성한 잡초에 의해 가려져 있다.
조류관찰지 등 학습원 내 주요 장소를 알려주는 안내판은 이렇게 무성한 잡초에 의해 가려져 있다.문주현

잡초만 무성한 인공습지, 관리 부실 흔적 곳곳에 보여

이들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생태습지공원 곳곳을 둘러봤다. 이곳이 생태습지공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입구 초입의 안내지도판이 전부였다. 멀리서 봤을 때 잡초와 수풀로 무성한 공원 내에서 생태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용안생태습지공원에는 모두 6곳의 크고작은 인공습지가 조성됐고, 호습성식물관찰원(습지에 사는 식물)과 광장 등이 마련됐다.

우선 인공습지 내 조류관찰지를 찾아보았다. 제대로 안내판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관찰지를 찾는데 약 10분이 걸렸다. 인공습지 위에 목조다리를 지나 겨우 조류관찰지로 보이는 곳을 찾았다. 새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관찰대가 설치됐지만, 수풀로 가려져 앞을 보기 힘들 정도인 곳도 있었다.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조류관찰지에는 새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조류관찰지로 보이는 시설
조류관찰지로 보이는 시설문주현

 조류관찰지에서 전방을 보려했지만, 무성한 수풀로 인해 관찰이 쉽지 않았다.
조류관찰지에서 전방을 보려했지만, 무성한 수풀로 인해 관찰이 쉽지 않았다. 문주현

다만, 잠자리들만이 곳곳에서 날개를 힘차게 퍼덕이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생태습지공원 내에서 확인한 생명체는 이 잠자리떼와 습지에 간간이 보였던 소금쟁이, 입구에서 매운탕을 먹었던 A씨 부부였다. 

생태공원 안은 사람 높이까지 자란 수풀과 잡초로 가득했다. 더욱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조성된 코스모스도 습지 곳곳에서 사람 높이까지 자라 주변 경관을 살펴보는데 방해가 됐다. 생태습지공원과 인근 하천 주변에 상수리나무 등 약 1000주 가까운 식재목을 심었지만, 최근 그 반절이 고사하기도 했다.

 용안생태습지학습원에 서식하는 생명을 알려주는 안내판. 학습원 내 일부에만 설치되어 있어 관찰에 어려움이 있었다.
용안생태습지학습원에 서식하는 생명을 알려주는 안내판. 학습원 내 일부에만 설치되어 있어 관찰에 어려움이 있었다.문주현

조류관찰대를 뒤로 하고 호습성식물관찰원을 찾아 나섰다. 공원의 약 1/5의 면적을 차지하는 관찰원은 약 25곳에서 10여 종의 호습성식물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것이 호습성식물인지, 그냥 이름 없는 잡초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안내판이 있었지만, 식물전문가와 함께 오지 않는다면 식물들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약 1시간 동안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입구에 들러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 변기는 오랫동안 막힌 듯, 오물이 좌변기를 넘치기 일부 직전이었다. 4대강 사업 구간 곳곳에서 보로 인해 강물이 막혀 녹조가 발생하고 있는데, 정작 물이 흘러야 할 곳은 막혀있았다. 좌변기를 보며 수문개방의 필요성을 느꼈다.

 용안생태습지학습원 내 화장실 변기가 넘치기 직전이다.
용안생태습지학습원 내 화장실 변기가 넘치기 직전이다.문주현

화장실을 나와 뜨거운 햇볕을 쬐고 있으니, 자전거 길로 자전거 탐방객이 느릿느릿 지나고 있었다. 그는 한 번도 생태공원을 쳐다보지 않았다.

2012년 세계습지네트워크는 인터넷투표를 통해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아시아 지역 최악의 습지파괴 사례인 그레이(Grey)상에 선정했다. 생태습지로 명명된 인공습지가 무색할 정도의 결과다.

 한 자전거 탐방객이 용안생태습지학습원을 지나고 있지만, 학습원을 찾지 않았다.
한 자전거 탐방객이 용안생태습지학습원을 지나고 있지만, 학습원을 찾지 않았다. 문주현

한편, 용안생태습지공원 관리를 맡고 있는 익산시에 공원 전반의 이야기를 듣고자 16일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가 16일까지 휴가라 답변을 듣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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