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조사와 동시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증인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남소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15일 늦은 오후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누구와 점심 식사를 했을까?
1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청장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그는 수사를 방해하고 허위 결과 발표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는 부인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도 억울하다면서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한 가지 질의에는 말꼬리를 흐렸다. 이날 '점심 식사를 누구와 했는가?'였다.
오전 질의 시간에 민주당의 김민기 위원이 '지난해 12월 15일 점심을 누구와 먹었느냐'고 묻자, 김 전 청장은 "저녁은 확실히 기억나지만 점심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처음에는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과장, 지원들하고 28만 원어치 먹었다고 자료가 왔는데, 내가 이 사람들에게 공식적으로 다 물어봤지만 먹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지만 시간이 다 지나 마이크가 꺼졌다.
2012년 12월 15일에 일어난 일검찰 수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은 김 전 청장이 다음날 이루어진 왜곡된 수사 결과 발표를 마음먹은 날이다. 공소장에 의하면, 이날 오전 김 전 청장은 수사부장과 과장으로부터 국정원의 선거개입 증거들이 다수 포착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뭉갰고, 오히려 국정원의 개입 의혹을 해소해주는 내용으로 왜곡된 발표를 시키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공소장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피고인은 2012년 12월 15일 오전 위와 같이(왜곡 발표) 마음먹은 다음,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수사과장, 수사2계장에게 일단 증거분석을 좀 더 진행시키면서 수서경찰서에 분석 결과물을 일체 넘겨주지 말고 분석 결과를 알려주지도 말라고 지시하면서 국가정보원의 개입 의혹을 해소해주는 발표 방안을 강구하라고 하였다."그런데 이날 김 전 청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에는 오후 5시경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같이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저녁도 기억나고 다음날도 기억나는데, 그날 점심만 기억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