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MBC 뉴스데스크.
뉴스데스크
"젊은 남성이 커터칼로 행인의 손목을 긋고 달아났습니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이른바 커터칼 괴담이 SNS를 통해 급속히 번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소동까지 벌어졌습니다." 17일 MBC <뉴스데스크> 5번째 '"젊은 남성이 동생 손목을 흉기로"…연신내 SNS 괴담' 제목 기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어 "서울 연신내역 인근 버스정류소에서 젊은 남성이 자신의 동생 손목을 흉기로 긋고 달아났다는 글이 그제 인터넷에 올라왔다"면서 "이른바 '연신내 커터 칼 괴담' 이 글이 올라오자마자 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리포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인근 상인과 학생 인터뷰를 영상으로 전했다.
기사는 수사 결과 괴담으로 퍼진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2달 전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초등학생이 인신매매를 당했다는 괴소문이 인터넷을 뒤흔들었고, 택시기사가 수면제로 승객을 기절시킨 뒤 장기를 판다는 괴담도 등장해 불안감을 키웠다"며 두 달 전 괴담 소식까지 친절하게 전했다. 이어 경찰 인터뷰까지 기사에 담았다.
<뉴스데스크>는 '괴담' 소식 하나를 전하기 위해 인근 상인과 학생 그리고 경찰과 인터뷰를 했다.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이 하나의 기사를 보도하기 위해 세 사람이나 인터뷰를 한 것은 뉴스 공정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뉴스데스크>는 촛불집회를 보도할 때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인터뷰한 적이 거의 없다. 물론 <뉴스데스크>가 촛불집회에 대한 보도를 한 적도 거의 없다.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제8차 촛불집회가 열린 이날 <뉴스데스크>는 다른 날처럼 날씨와 전력 관련 기사를 자세히 보도했다.
<마지막 폭염, 열대야 사라져…남서풍 가고 북풍 온다><막바지 피서, 어린이 물놀이 사고 잇따라><전기 절전기 알고보니?…이름만 '전기절감기'><복도 창문 밀폐형, 꽉 막힌 '찜통아파트'><올여름 휴가는 캠핑이 '대세'…'인기폭발' 배경은?><지구 온난화로 '범죄·전쟁 가능성' 급증 전망>그럼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대선개입 규탄 제8차 범국민촛불대회'는 보도했을까? '촛불'이란 단어는 전했다. 18번째 <장외압박'...'원내복귀'> 제목 기사에서 국정원 국정조사 여야 공방을 전하면서 "서울광장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진보단체 중심의 촛불집회가 열려 원 전 국정원장 등을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가 촛불을 보도하기 시작했다지만...17일 외면 SBS <8시뉴스>는 '민주 "대국민 선전포고"…새누리 "호객정치 중단"' 제목 기사에서 민주당 장외집회를 전하면서 촛불집회 참석자 수가 "주최 측은 4만 명이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5천 명으로 추산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역시 시민 반응은 전하지 않았다.
1시간 늦은 KBS <뉴스9>는 3번째 '민주, 3번째 대규모 집회…새누리, 중단 촉구'제목 기사에서 민주당 장외집회 소식을 전하면서 "민주당은 집회에 이어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촛불 집회에 합류했다"고 전했지만, <뉴스데스크>처럼 참가자 수는 보도하지 않았다. '당연히' 시민 인터뷰도 없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김현석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위원장은 "촛불시민들이 들불처럼 번져나가자 KBS 보도가 미약하나마 변하고 있다"며 "지난주 토요일(10일) 9시 뉴스는 촛불집회를 제대로 보도했고, 국정원에서 댓글 달았다는 기사도 내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들은 촛불시민들의 덕이다, 촛불의 힘이 언론인들을 각성시키고 있다"며 앞으로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공정보도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17일 <뉴스9>는 촛불을 철저히 외면했다. 앞에서 밝혔듯이 이날 4만 촛불이 타올랐다. 아직도 촛불이 화가 나 있는 이유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지만 "방송3사도 불변"이다. 다른 길이 없다. 촛불시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 어두움은 빛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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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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