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집 본부', 'The 큰 본부', '대통령' 등 상호만 보아도 대형 가게들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닭똥집 식당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원조를 내세운 삼아통닭 등 초입의 전통을 자랑하는 집들보다 더 안쪽에 있다.
정만진
채산성까지 따져봐야 알 일이겠지만, 원조들보다 대규모 신설 식당에 손님이 더 많은 것을 보니 어쩐지 마음이 불편하다.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다'는 촌철살인도 있으므로, 꼭 원조들이 영업에 약한 것은 아닐 터이다. 그래도 이 골목마저 자본의 논리가 점령하고 마는 것은 아닌가 싶어 공연히 걱정이 인다.
세심한 독자들은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원조들의 가게 간판에 모두 '통닭'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조금 전에 말했다. 원조들은 삼아닭똥집, 평화닭똥집, 제일닭똥집이 아니라 한결같이 삼아통닭, 평화통닭, 제일통닭을 이름으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닭똥집만 파는 가게가 아니라는 표시이겠지만, 신흥 대규모 가게들이 하나같이 간판에 '닭똥집'을 내세우는 것과 사뭇 차별이 된다. 젊은 사장들은 잽싸게 그 흔한 통닭이 아니라 이 골목 특화 상품인 닭똥집을 표면에 내세우는 '순발력 있는' 상술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게 볼 때, 결국 원조들은 대구가 닭똥집 요리만이 아니라 닭고기(통닭) 요리의 본향이라는 사실을 상호로 지켜내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대구 두류공원에서는 전국 단위의 '치맥' 행사가 열렸다. 여기서 '치'는 통닭, '맥'은 맥주를 지칭한다. 닭똥집은 닭의 한 부분이니, 대구가 닭고기 요리의 대명사라는 사실을 나타내자면 '닭똥집과 맥주'보다는 '통닭과 맥주'가 제격이었으리라.
본래 닭을 가까이 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마을 '대구'사실 많은 닭고기 요리가 대구에 본거지를 두고 개발되었다. 한때 전국 시장을 독과점했던 맥시칸, 멕시카나 등 유명 체인점 본부도 모두 대구에 있었고, 현재 위세를 떨치고 있는 교촌치킨, 호식이치킨 등도 본사는 대구에 있다. 닭똥집 골목이라면 으레 대구를 떠올리는 것처럼 통닭 역시 대구의 음식인 것이다.
어째서 대구는 닭고기 요리의 대권을 장악하고 있을까? 대구경북역사연구회가 펴낸 <역사 속의 대구, 대구 사람들>이 대구의 신라 때 지명이 달벌 또는 달구벌이었는데, '달구의 원형을 닭으로 보는 것이 (사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라고 밝힌 대목이 눈길을 끈다. '대구가 원래 닭과 관계가 있는 것은 어쩌면 거주 집단이 닭을 토템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