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개소식이 열린 6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사무실에서 안 의원과 최장집 이사장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남소연
"'내가 학자로서만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해석은 틀렸다. '내일'은 나의 의견, 주장, 아이디어가 관철되거나 수용되는 구조가 아니었다."'안철수의 새정치'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리라던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 11일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3개월 만이었다. 당시 안 의원은 "최 교수가 이사장직을 맡으신 이후 하신 모든 발언들이 사실은 정치적 의도나 정치적 이해타산 없이 말한 것"이라며 그의 의도와 달리 정치권과 언론이 발언을 왜곡했기에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14일 <주간경향> 인터뷰(17자 보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는 구조였다고 비판했다.
5월 22일, 내일의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최 교수는 "좋은 인적 자원을 좋은 정치 리더십으로 형성하는 데 도움되는 게 이 연구소(내일)가 해야 할 중요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간경향> 인터뷰에서도 연구소에 들어간 이유를 "내가 힘을 보태 안 의원의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잘 된다면, 야권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관련기사 :
최장집 얻은 안철수, '내일'로 신당 가나?).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고, 변화를 기대할 수 없었다"생각와 현실은 달랐다. 최 교수는 "직함이 갖는 비중에 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으면서, 내가 책임만 지는 이상한 결과가 만들어졌다"며 "원인은 복합적"이라고 했다. 연구소 구조의 문제면서 안 의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는 "연구소 자체는 구조와 역량에 비해 하는 일이 너무 방만하고 확대돼 있으며 '네트워크'라는 조직도 작동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평했다. 안 의원과 여러 번 대화했지만 "변화는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일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그 안에서 싸우면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싸우면서 일을 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내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실현될 수 있느냐에 대한 확신이 안 생겼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변할 것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선' 문제도 있었다. 최 교수는 "안 의원은 내가 말한 진보적 자유주의는 수용했지만, 여전히 무이념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 그룹은 주체적인 이념을 가지고 확실한 가치를 추구하며 그 목적의식을 중심으로 결집된 정치조직은 아니다"라며 "구체적으로 거론할 수는 없지만, 이념성 부각을 여전히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최장집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나온 뒤, 안 의원은 18일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4주기 추도식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장소가 장소인 만큼 (정치현안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피했다. "제가 (최 교수를) 잘 못 모셨나보다"라는 말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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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할 수 있는 일 없어" 안철수 "제가 잘 못 모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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