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개 중앙부처 고위직 인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장·차관 및 기획조정실장 출신지 현황을 보면, 영남 출신이 35%에 달한 반면 호남 출신은 18%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TK(대구·경북)정부답게 특정지역 편중인사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통합을 위한 대타협 인사'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에 관치와 낙하산 인사가 난무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협회, 금융지주 등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인사들)와 낙하산 출신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민간금융사인 KB금융지주 회장에 임영록(행정고시 20회) 전 재정경제부 제2차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임종룡(행시 24회) 전 국무총리실장이 취임했다. 또한 여신협회장에 김근수(행시 23회)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국제금융센터 원장에 김익주(행시 26회) 전 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 본부장이 각각 취임하면서 모피아 관료 독식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모피아들의 업무능력은 출중하다. 그러나 이 같은 '결집현상'은 결국 관치 우려를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금융권 기관장은 물론 비상임이사까지 모피아가 접수하고 나서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금융공공기관 최고경영자 25명 가운데 68%인 17명이 모피아 출신이었다. 8개 기관의 경우 6곳의 비상임이사직도 모피아들이 2∼3명씩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최광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부산고, 미 위스콘신대 동문이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동문 인사, 낙하산 인사"라며 "시장경제주의자로서 민영 연금의 비중 확대를 주장하는 등 공적 연금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장으로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집·불통·수첩인사... 유신인사의 재등장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인사 난맥상을 노출해 왔다. 발령장도 받지 못한 채 낙마한 장·차관 고위직 인사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최대 규모다. 주요 낙마자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12명에 이른다.
낙마사유도 과거 정부에 비해 다양했다. 부동산 투기, 병역 문제, 세금 탈루 의혹, 논문 중복 게재, 위장전입 등 '고위직 비리' 단골 메뉴는 기본이고,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성접대 의혹, 주식백지신탁 거부, 무기중개업체 근무, 해외 비자금 계좌 관리 등 비상식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에는 해양수산 분야의 비전문성,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 부족, 준비 부족과 진정성 없는 언행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여야 의원들이 모두 반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오기·불통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