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과연 공존은 가능할까

[서평] 평화네트워크가 진행한 <동아시아와의 인터뷰>

등록 2013.08.23 17:39수정 2013.08.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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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연합의 쇠퇴와 더불어 중국과 인도가 급부상하면서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미래는 그다지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신흥 강국이 된 중국과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의 경쟁으로 아시아의 갈등 형국이 심화되고 있다.

그 와중에 일본은 우경화돼 가고 중국은 물론 한국과 영토분쟁을 일으킨다.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 문제까지 얽히면서 동아시아 국가간의 감정 대립은 더욱 깊어진다. 또한 북한은 연평도 포격과 미사일 발사·핵무기 개발로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정국에서 한반도 주변국들은 비슷한 시기에 연이어 지도자가 교체됐다.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일본의 아베 신조, 한국의 박근혜, 북한에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섰고 미국은 오바마가 연임에 성공했다. 각국의 새로운 지도자들은 동아시아의 미래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게 될 것인가.

동아시아, 과연 공존은 가능할까

 책 <동아시아와의 인터뷰> 표지
책 <동아시아와의 인터뷰> 표지서해문집
평화네트워크를 통해 2013년 7월 발간된 책 <동아시아와의 인터뷰>는 미국과 중국, 일본과 한국, 미국의 다양한 전문관료와 학자를 인터뷰하며 동아시아의 과거·현재·미래를 평가한 책이다. 더불어 동아시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에서 공존이 가능할 것인지 묻고, 이를 위한 해법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담겨있다.

1장에서는 동아시아가 한국과 북한의 갈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냉전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세대학교 박명림 교수는 전쟁 발발과 분단 배경 등을 토대로 "한국전은 내전이 아니라 국제전"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런 '내전화한 국제전쟁'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전체가 냉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덧붙인다.

"한국의 60년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박 교수의 말에 이어, 도쿄대학 강상중 교수는 "한국은 미국에게도 북한과의 교섭을 추진하도록 조언해야 한다"며 한국 스스로가 북한과 직접적인 교섭을 통해 창구를 넓혀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노력을 중심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일, 북미 또한 점진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되고 중국과 러시아 또한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 강 교수는 동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경제적인 성장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소득 재분배 및 복지에 힘을 쏟으면서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호소한다.


2장 '일본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더욱 흥미롭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세 사람의 관점을 보여주는데, 그 원인과 영향에 대한 해석은 각기 다르다.

한국의 권혁태 교수는 "일본의 평화헌법이 우경화를 막아주는 마지막 보루 역할"이라고 설명하면서 우경화 바람이 경제침체와 후쿠시마 사태 등에 뿌리를 두고있는 만큼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 우려한다. 반면 일본의 기미야 다다시 교수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자제해야" 한다며 1965년 이뤄진 '한일기본조약'에 한국의 박정희 정부도 동의했으므로 한국 정부에게도 독도 문제·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책임이 있다고 발언한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잃었고, 결과적으로 북한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진 현 상황이 아쉽다고도 지적한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 아시아국장 마이클 그린은 더욱 충격적인 관점을 드러낸다. "일본의 우경화가 한국에도 도움"될 거라 주장하는 것. 미국의 보수파로 알려진 그는 "미국은 동아시아 영토분쟁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면서도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구실로 일본을 군사적으로 자극하면 미국은 일본의 편에 설 것"이라는 모순된 발언을 한다. 또한 "일본의 우경화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 한국에도 유리하다"고 말하지만, 과연 북한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이 한국에 진정 긍정적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는 부분이다.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평화체제를 위한 길

3장 '핵과 평화'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묻는다. 일본에서 탈핵운동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한 우메바야시 히로미치는 '동북아 비핵지대 설립'을 위해선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할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변국이 비핵화 환경을 조성하면서 6자회담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해가는 형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스콧 스나이더는 "6자회담은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 국무부 전 북한담당관 조엘 위트는 "평화협정과 비핵화는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화협정은 북한에 주는 선물이 아니라 한국 안보에 있어서도 진정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엘은 "NLL은 어차피 인위적으로 그어진 선이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의 추가적 도발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라고도 말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지난 5년은 완전한 실패"라고 덧붙이면서 "햇볕정책은 완벽한 정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햇볕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보다는 훨씬 좋은 정책이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4장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이 불러오는 긴장 상태에 대해서 토론한다. 중국인민대학 팡종잉 교수와 베이징 대학 진징이 교수,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마이클 오핸런과 한양대 국제대학원 문흥호 원장의 의견을 통해서 남북은 물론 한국·북한·중국·미국 4개국의 얽힌 관계의 역학구도를 알아볼 수 있다.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 더 잘될 수 있다?

<동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뷰한 인물들의 공통점은,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가 북한을 대한 강경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정책이며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주변국의 반응을 살피며 물러나는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북한은 꼴통짓은 많이 해도 일관성은 있다, 반면 미국과 한국은 중대한 국면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대북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부시 정권의 '2000년 북-미 공동코뮤니케 파기'와 이명박 정권이 남북정상 간의 합의인 '6·15선언'과 '10·4선언'을 없던 것으로 해버린 부분을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간의 신뢰가 확보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보수정권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 보수정권은 진보정권보다 국내외의 정치적인 저항과 같은 부담을 덜 갖고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의 예를 보면 중국 및 소련과의 데탕트를 이끌어낸 사람은 공화당의 닉슨 행정부였고, 소련과의 냉전 해체를 이끈 주역도 소련을 '악의 축'으로 부르던 레이건이었다.

보수주의를 표방하며 당선된 만큼, 박근혜 정부는 보다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시도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을 것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수렴해 대화를 시도한다면, 북한의 호의적 반응과 함께 미래의 남북관계를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2013년으로 정전 60년이 흘렀다. 이제는 끝나지 않은 전쟁을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신뢰프로세스'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선 지난 역사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와의 인터뷰>가 보여준 의견들처럼, 민주화를 이루어낸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로 더욱 평화로운 동아시아의 미래를 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동아시아와의 인터뷰 : 공존의 길을 묻다> (강상중, 박명림, 와다 하루키, 조엘 위트, 진징이, 정욱식 외 씀 | 서해문집 | 2013.07. | 1만8000원)

동아시아와의 인터뷰 - 공존의 길을 묻다

평화네트워크 인터뷰.정리,
서해문집, 2013


#동아시아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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