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무부 "외국은 철새도래지 주변에 개인주택 없다"

23일 경남도청 기자회견 통해 밝혀... 주남저수지 주변 건축물 우려 지적

등록 2013.08.23 17:32수정 2013.08.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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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다 보니 어디어디 계곡이 좋고 경관이 좋다면 연수원, 모텔, 펜션, 암자, 별장 등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다. 이로 인해 수려한 경관을 망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외국인들에게 내보이기 부끄러울 정도다."

'새박사' 윤무부(72) 경희대 명예교수가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동판·주남·산남)는 보호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윤 교수는 23일 경남도청에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a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23일 경남도청에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 주남(동판)저수지의 생태적 가치와 주택건설이 철새도래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23일 경남도청에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 주남(동판)저수지의 생태적 가치와 주택건설이 철새도래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 윤성효


윤 교수가 "동판저수지는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들의 휴식장소"라 강조하고 나선 데는 이곳에 단독주택 건립 등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창원시는 동판저수지 바로 옆에 있는 창원시 동읍 월잠리 5-5번지에 단독주택건립 개발행위 신청을 불허했고, 그해 7월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도 창원시의 불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정했다. 이에 단독주택 건립자는 창원시를 상대로 창원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20일 변론 종결했다. 오는 9월 3일 선고를 앞두고, 환경단체·전문가들이 입장을 낸 것이다.

철새도래지 주변에는 건축물 자제해야

윤무부 교수는 지난 7월 동판저수지를 방문해, 주택(예정지)를 살펴 보았다. 윤 교수는 "옛부터 동판저수지는 매년 철새들이 도래할 때면 큰 철새인 재두루미, 큰고니, 큰기러기들이 찾아들었다"며 "전망대가 있는 주남저수지보다는 오히려 동판저수지가 철새한테는 더 중요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겨울 내내 밤 동안 동판저수지 수초 사이에서 수초를 먹으면서 편안히 쉬고 잠자리하는 곳"이라며 "동판저수지와 같은 휴식공간이 있었기에 주남저수지가 지금과 같은 유명한 철새도래지로 유명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동판저수지에 대해 그는 "독특하게 남향으로 위치해 있기에 사람들이 살기도 좋지만 겨울철새들에게는 겨울을 나기에 너무나도 좋은 곳"이라며 "옛날부터 철새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은 집터로서 가장 좋은 곳이고, 철새들이 많이 찾는 곳에 마을이 생겨나고 큰 마을로 번창했으며, 돈만 있다면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해서 모두 철새도래지 주변에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일본의 세계적인 재두루미·흑두루미 도래지인 가고시마 이즈미에는 주변에 주택이나 연수원, 펜션, 모텔과 같은 건물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미국의 관광지인 미시간 호수 역시 호수가 주변 동산 너머에 식당과 호텔, 기념품가게 등이 있고, 아프리카의 유명한 빅토리아 폭포 주변에도 안내소만 있을 뿐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주택이나 위락시설은 전혀 들어서 있지 않다"고 소개했다.

a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23일 경남도청에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 주남(동판)저수지의 생태적 가치와 주택건설이 철새도래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23일 경남도청에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 주남(동판)저수지의 생태적 가치와 주택건설이 철새도래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 윤성효


윤무부 교수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인데 개인이 자기 돈으로 자기 땅에 집을 짓는 것을 어떻게 무슨 수단으로 막을 수 있는가 라는 식의 접근으로는 천혜의 자연자원을 지키지 못한다"며 "이런 논리대로라면 일본 이즈미, 미국 미시간 호수, 빅토리아 폭포 같은 장소에 돈 많은 갑부들의 대규모 전원주택이 수십 채는 들어서고도 남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한 개인의 소유로 전락시키기 보다는 모든 세계인과 공유하는 공간으로,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곳으로 남겨두는 선택을 했다"며 "우리의 선택도 그러해야 한다. 동판저수지가 아무리 보기 좋고 탐이 나더라도, 돈이 있어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여생을 보내고 싶더라도 자제할 줄 아는 미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윤무부 교수는 동판저수지 주변에 주택을 짓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주남저수지에 찾아오는 철새들은 옛날부터 자연의 지형과 환경을 보고 익힌 경험으로 길을 찾아온다"며 "새의 시력·청각·후각은 사람보다 200배 뛰어난데, 조명 등 불빛을 비롯한 시설들은 새를 쫓아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철새들은 야간에 이동하기 때문에 자연의 불빛인 달과 별을 보고 이동한다"며 "새로 들어선 건물의 불빛이 야간 이동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윤 교수는 "주택에서 발생한 오·폐수가 자칫 동판저수지 등 주변지역을 오염시킬 수 있고, 사람이 오·폐수를 식수로 사용할 수 없듯이 철새들도 그러하다"고, "철새가 찾아오는 주변 환경을 바꾸지 말아야 하고, 철새도래지 주변에 새로운 건축물을 짓거나 철새들이 싫어하는 흰색·노랑색·붉은색․검은색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23일 경남도청에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 주남(동판)저수지의 생태적 가치와 주택건설이 철새도래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은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정책실장이 설명하는 모습.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23일 경남도청에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 주남(동판)저수지의 생태적 가치와 주택건설이 철새도래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은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정책실장이 설명하는 모습. ⓒ 윤성효


윤무부 교수는 "철새 도래지인 동판저수지 주변에 전원주택이 들어선 것은 결국 창원시가 건축허가를 해주었기 때문"이라며 "창원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고, 한번 허가해 준 전례가 있어 두 번째, 세 번째 역시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은 책임을 피해가겠다는 것과 함께 동판저수지를 개발 광풍 속으로 밀어넣겠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판결에 따라 주남저수지가 보전되느냐"

한편 박재현(인제대)·이찬원(경남대) 교수와 석영철 경남도의원,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경남생명의숲,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는 별도로 창원지법 재판부에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갈등이 행정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재판부의 판결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며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주남저수지가 보전되느냐, 개발의 광풍에 떠밀려 갈 것이냐가 판가름 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남저수지는 시민과 미래세대가 함께 누려야 할 곳"이라고, "주택건설은 철새를 떠나게 만들 것"이라고, "저수지 주변은 완충지역으로 관리 보전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이들은 "주남저수지의 위기다"며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새기어 경남의 주요한 생물유전자자원,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 동판저수지를 개발의 광풍으로 몰아넣는 실수,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과오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부무 교수 #주남저수지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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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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