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매년 프라푸치노를 반값으로 제공하는 '해피아워' 행사를 한다. 스타벅스가 올해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진행한 해피아워 행사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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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도 노동의 강도가 다른데 보상은 같다는 것에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하씨는 "한가한데 나와 같은 시급을 받는 것을 보면 하기 싫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씨도 "당연히 힘든 만큼 돈을 더 받고 싶지만, 알바는 오래 일할 것이 아니니까 임금 협상이 없이 그냥 참고 일하는 것 같다"며 "진짜 힘들면 그냥 한 달 하고 때려 쳐야지 하는 생각을 가진다"고 했다.
특히 회사 측에서, 혹은 매장별로 이벤트를 하기라도 하면 직원들은 두 배로 바빠진다.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매년 하루 2~3시간 정도 한정해서 프라푸치노 음료를 반값으로 제공하는 '해피아워' 행사를 연다. 이 시간이 되면, 어느 스타벅스 매장이든 밖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만큼 직원들의 일거리는 늘어난다. 네이버의 대학생 동호회 카페에서 한 누리꾼(아이디 ebrh***)은 해피아워 행사를 보고 "알바들의 지옥아워일 수밖에 없는 해피아워"라고 평했다. 그는 "그 좁은 공간에 6명의 알바들이 정말 엄청난 속도로 프라푸치노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며 "죽어나는 건 스타벅스 알바들"이라고 썼다.
하지만 스타벅스 직원들에게 떨어지는 추가적인 혜택은 없다. 작년까지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신아무개(23·남)씨도 해피아워 행사를 겪은 적이 있다. 그는 해피아워를 "프라푸치노 막 뿌리는 망할 놈의 시간"이라며 격하게 묘사했다. '힘들었던 만큼 보상을 받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하며 "그저 파트너(직원)들을 괴롭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한 관계자는 "해피아워는 1년에 한 번만 하는 행사이고, 본사에서도 직원이 다 나가서 바쁜 현장에 투입된다"며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서비스 차원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행사 인센티브를 지급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벤트는 다른 브랜드 매장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배스킨라빈스는 매달 31일마다 패밀리 사이즈를 하프갤런 사이즈로 한 단계 올려주는 '31데이' 이벤트를 연다. 가장 바쁠 때인 지난해 연말에 배스킨라빈스에서 근무해 본 적이 있다는 누리꾼(아이디 cci5***)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하필 대목인 크리스마스 전에 일하게 되어서, 정신없이 드라이아이스를 깨고 케이크 포장에… 죽음의 31데이, 손가락 장애인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배스킨라빈스 동아대 지점에서 2009년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이아무개(24·여)씨도 "그때도 31데이라고 돈을 더 받는 것은 없었다"며 "추석 때 아이스크림 케익을 1000개 정도 판 적이 있었는데 그때 딱 한번 만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23일 배스킨라빈스에 확인해 본 결과 "이벤트가 있거나 바쁜 날에 알바생에게 시급을 더 주거나 본사에서 인력을 지원해 주는 것은 없다"고 했다. 회사 차원에서 시행하는 해결책은 없냐고 묻자, "알바생 인원을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점주들의 재량에 맡긴다"고 대답했다.
대학가 빕스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이아무개(25·남)씨도 "주변 대학 학생회와 행사를 열어서 오후 8시 이후 대학생들이 엄청 올 때가 있었다"며 "시급도 그대로였고 보너스도 없었다, 그냥 시키는 대로 일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서도 지난해 '60초 서비스 이벤트'를 실시해 60초 안에 음식을 받지 못하면 감자튀김을 주는 행사를 벌였다. 당시 민주노총은 "홍보를 가장한 자본의 노동강도 높이기"라며 비판했다.
정해진 이벤트를 하지 않아도 매장 상황에 따라 예기치 못하게 바빠질 때는 있다. 대학가 카페베네에서 근무하는 조씨는 "대학 논술고사 때 평소보다 4배 정도 바빴었다"며 "평소에 100만 원 정도 순수익이 난다고 하면 그때는 하루 매출이 400만 원이 넘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바빠진 데에 따른 보상이 있었냐?'라는 질문에 "없었다"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 별 생각 없었다"고 답했다.
"인센티브 주거나 추가 고용으로 노동격차 줄여야" 일부 매장의 정직원들은 매상에 따라 조금씩 보상을 받기도 한다.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정직원인 조아무개씨는 "직원의 경우 메뉴를 더 많이 팔게 되면 그것을 기준으로 보수를 더 주기도 한다"며 "매장 매상이 많이 오르면 급여로 보상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바생들은 시급으로 고용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시급을 올려주는 것 말고는 매장 매출이 올라도 보상받는 제도가 거의 없다.
알바연대의 한 관계자는 "일한 만큼 몫을 못 받는다면 불합리한 일"이라며 "매출이 올라갔으면 그만큼의 배분이 알바생들에게도 똑같이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의 한 관계자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센 매장은 알바를 더 채용하는 등의 대안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알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재섭씨는 "시급에 격차를 두자는 식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반대로 '일을 덜 하면 시급을 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며 "노동 강도의 정확한 측정도 힘들기 때문에 성과급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바쁜 매장의 경우 추가 인력을 더 고용하는 식으로 알바생들의 노동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인데, 알바나 영세기업들은 그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생각하고 주는 경향이 있다"며 "(최저임금선을 지켜) 처벌만 피할게 아니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대변인은 "손님이 많고 노동강도가 높아 직원이 혹사당한다면, 사람을 늘리거나 돈을 더주는 방법이 있는데 단순히 돈을 더 준다는 방법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기업 처지에서 알바생들을 위한 매뉴얼을 정해 적정노동과 시간, 고용인원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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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유니폼·같은 시급... 왜 바쁜 매장서 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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