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로 진출한 세 감독에 대한 짧은 견해

등록 2013.08.26 14:21수정 2013.08.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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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영화를 관객이 보는 것과, 감독이 보는 것은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를 고민해보게 된다. 영화 속에 담긴 감독의 내면은 생각보다 환상적이지 않다. 그것이 우리에게 친숙한 상업영화였을 때와 할리우드 영화일 때의 차이 또한 마찬가지다.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세 명의 감독이 할리우드 진출을 위한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아주 뜨거웠다. 우리나라에선 대중과 작품성을 적절히 버무려 기록적인 흥행을 세워낸 감독들이다. 이들이 과연 할리우드에서는 어떤 평을 받게 될지, 나또한 기대가 컸다.

1.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데이지엔터테인먼트

겉으로 봤을 땐 그저 서부를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에 그쳤다고 생각할 이 영화는, 중년 액션배우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지운의 해학성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반응은 미지근했다. 하지만 김지운은 '흥행 실패'라는 낙인을 받은 것이 아니다.

그저 새로운 영역과 범위에서 감독의 색깔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감독의 상상은 끝이 없고, 그것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영역이 확대됐을 때도 김지운은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일종의 실험이다. 순수 예술 영화와 대중적인 상업 영화의 구분을 짓지 않고 무궁무진한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김지운 감독이 감독으로서 해야 할 역할일 것이다.

내면적인 입장에서 보면 그러하지만, 영화만을 보고 이야기해야 할 땐 의견이 조금 다르다. 미국에선 이 정도 스케일과 이 정도 액션 영화는 굉장히 흔하고, 상업적이다. 많고 많은 상업영화 속에서 감독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라스트 스탠드'가 주목받을 만한 이유가 충분해지는 건 아니다. 작품 자체의 평이함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2.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니콜키드먼 주연.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니콜키드먼 주연.폭스서치라이트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얼마나 흥행했는지를 떠나서, 할리우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박찬욱스러운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큰 액션이나 거대한 스케일 없이도 박찬욱은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알렸고, 초반에 보여지는 따뜻한 색감과 이미지가 오히려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 인물간에 이루어지는 갈등이나 감정 변화가 아주 상징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였기 때문인지, 국내 관객 동원 수 역시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하지만 박찬욱 영화의 마니아층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고, 국내 개봉작인지 할리우드 진출작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만들었다. 박찬욱의 '복수'는 언제 봐도,아름답고 잔인하다. 배우와 배경이 바뀌어도 이 공식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해준 영화였다.


3.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 송강호, 크리스 에반스 주연.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 송강호, 크리스 에반스 주연.모호필름

세 영화 중 가장 호불호가 심한 영화이다. 이 작품의 결말을 보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이 많다. 그만큼 봉준호가 영화 속에 남긴 아이러니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치곤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그리고 비극적이다.

갑작스레 찾아온(현실의 날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구의 빙하기 속에서, 열차 하나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분명 누가 봐도 신선하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을 몰고 왔던 이 영화는, 개봉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자꾸만 생각나는 영화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은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설국열차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던 건 출연 배우들이다. 특히 함께 시사회를 했던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면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또, 이제는 '봉준호 사단'이라는 수식까지 붙어버린 송강호, 고아성은 봉준호가 만들고자 했던 그림을 완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렇게 감독과 배우가 여러 작품에서 계속해서 만나게 되는 것은 서로간의 믿음과 존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국내 활동에 전념하던 감독이 할리우드 진출을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일지 모르겠으나,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그저 하나의 필모그래피에 지나지 않는다. 할리우드 진출작이 자신의 무기가 되거나,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감독은 끊임없이 영화를 위해 상상하고, 또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이미지의 범위가 미국보다 작은 건 사실이다. 감독들은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 영화계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활동을 응원하며 지켜봐 주어야 하는 건 우리 관객들의 몫이다. 더 많은 흥행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광범위해질 그들의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할리우드 진출 영화 #김지운 #봉준호 #박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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