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회장'의 반격... "슈퍼갑 언론 탓에 회사 문 닫아"

[현장] 롯데호텔 도어맨 폭행 파문 후폭풍... 언론사 상대 58억원 손배소

등록 2013.08.26 18:34수정 2013.08.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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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 장애인 단체 회원 30여 명이 26일 낮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앞에서 강아무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어맨 폭행 사건' 관련 롯데호텔 고객 정보 유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한 장애인 단체 회원 30여 명이 26일 낮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앞에서 강아무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어맨 폭행 사건' 관련 롯데호텔 고객 정보 유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 김시연


"난 '갑'이 아니라 '슈퍼갑' 언론에 당한 피해자다."

'갑의 횡포' 대명사였던 '빵 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지난 4월 말 롯데호텔 주차관리요원을 폭행해 파문을 일으켰던 강아무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최근 당시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와 롯데호텔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에 나선 것이다. 당시 언론의 실명 보도로 종업원 10명 규모의 중소업체가 사실상 문을 닫게 됐고 롯데호텔 역시 고객 개인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다는 것이다.

장애인 단체 회원들 앞세워 롯데호텔 앞에서 '화풀이'

강 회장은 26일 낮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앞에서 평소 장애인단체 회원 30여 명과 함께 규탄 집회를 열었다. 바로 4개월 전 주차장 폭행 사건이 벌어진 곳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장소였다. 

강 회장은 지난 4월 24일 이 호텔 1층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과정에서 호텔 현관서비스지배인(도어맨)과 실랑이를 벌였다. 해당 장소가 국회의원이나 정부고위공직자를 위해 확보된 자리라며 차를 빼달라는 요구에 발끈한 강 회장이 지갑으로 도어맨 얼굴을 때린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30일자 <서울신문> 보도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마침 당시 포스코그룹 고위 임원의 승무원 폭행 사건과 엮여 대표적인 '갑의 횡포'로 비쳐지며 누리꾼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그 여파로 프라임베이커리는 당시 대부분 매출을 차지했던 경주빵의 코레일 납품이 중단되고 갑작스런 세무조사까지 받는 등 사면초가에 몰렸다. 결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직원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고 강 회장은 임금 체불로 노동부에 고발당했다.

a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앞 주차장. 지난 4월 24일 강아무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과 도어맨 사이에 실랑이 과정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고 언론 보도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며 결국 회사가 사실상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앞 주차장. 지난 4월 24일 강아무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과 도어맨 사이에 실랑이 과정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고 언론 보도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며 결국 회사가 사실상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 김시연


'정정보도' 무산... 언론사 등에 58억 원 손해배상 요구


이후 강 회장은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한편, 롯데호텔을 상대로 손해배상 준비에 착수했다. 우선 강 회장은 <서울신문>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58억 원 손해배상 지급을 요청했지만 언론중재위원회 서울 제8중재부는 지난 12일 "당사자간 합의 불능 등 조정에 적합하지 않은 현저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불성립' 결정했다.

강 회장은 중재위에서 정정보도와 합의금 700만 원을 조정안으로 제시,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신문>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당시 인용 보도한 17개 언론사에도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종업원 9명의 연매출 7억~8억 원에 불과한 중소업체인데도 언론보도로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악성댓글을 단 일부 누리꾼도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신문> 쪽은 손해배상뿐 아니라 정정보도 요청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오히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서울신문 한아무개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300만 원짜리 식품산업 관련 행사 안내문을 보냈다는 강 회장의 주장에 명예훼손이라고 맞서고 있다. 당시 행사 안내문은 한국일보 자회사인 서울경제신문에서 보낸 것으로, 프라임베이커리 실무자가 '서울신문'과 '서울경제'를 헷갈려 발생한 해프닝이었다는 것이다.

또 폭행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강 회장과 한 기자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강 회장은 당시 "지갑으로 도어맨 얼굴을 한 차례 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경위를 들은 호텔 당직 매니저가 내게 사과했고 나도 도어맨에게 지나친 행동을 한 것이 미안해 사과한 뒤 서로 웃으며 악수를 하고 헤어진 게 전부"였다고 해명했다.

반면 한 기자는 "당시 강 회장은 도어맨에게 15분에 걸쳐 욕설을 퍼부었고 처음엔 너무 세게 때려 지갑에서 카드가 튀어나갈 날아갈 정도였고 가볍게 친 것까지 포함하면 폭행은 4차례 정도 이어졌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롯데호텔 쪽은 폭행 당시 상황에 대해 "고객과 직원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할 얘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  한 장애인 단체 회원 30여 명이 26일 낮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앞에서 강아무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어맨 폭행 사건' 관련 롯데호텔 고객 정보 유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한 장애인 단체 회원 30여 명이 26일 낮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앞에서 강아무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어맨 폭행 사건' 관련 롯데호텔 고객 정보 유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 김시연


강 회장 개인 정보 유출 경위도 논란거리다. 강 회장은 사건 당시 자신의 명함을 호텔 매니저에 맡긴 것 외에 신분이 노출될 만한 상황이 없었다며 언론 보도 책임을 롯데호텔 쪽으로 돌렸다. 이에 롯데호텔 쪽은 "고객 정보 유출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고 한 기자 역시 "'경주빵을 만드는 회사'라는 얘기만 듣고 여러 제과 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프라임베이커리를 찾아냈다"며 강 회장 개인 정보 취득 사실을 부인했다. 강 회장은 앞으로 롯데호텔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롯데호텔 앞에서는 평소 반품된 프라임베이커리 빵을 제공받던 장애인단체 회원 등 30여 명이 낮 12시부터 징과 꽹과리까지 동원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롯데호텔의 고객 정보 유출과 호텔 주차장 특권층 사용 등을 주로 문제 삼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12시까지 집회 신고를 해놓은 상태다. 앞서 이들 중 일부는 롯데호텔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빵회장 #프라임베이커리 #롯데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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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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