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캐나다 <몬트리올 가제트 신문>에 실린 크리스마스펀드 관련 기사
캐나다 몬트리올 가제트 신문
이 뿐만이 아니다. 동네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은 작은 소기업들의 창업이 증가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고, 사회서비스 확대를 포함 지역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지역경제가 풍요로워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과거 상업은행들이 안방을 차지하고 있던 때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금융기관이 창출한 잉여가치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 안에서 순환된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내생적' 발전 구도 안에서 자원의 선순환(virtuous circle)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미국 지역신협협회(NF CDCU)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역기반 신협 하나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약 800개의 소기업 창업, 9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포함해 연간 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이 낙후지역 개발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금융 기반을 확충하려고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불황으로 나라 곳간이 비어 재정투자를 할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은행, 지역신협 등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들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고 넓다. 시중은행들은 비가 오면 우산을 빼앗고 날이 개면 우산을 쓰라고 강요하지만 이들은 반대로 움직인다. 경기침체로 채무자들이 상환에 어려움을 느낄 때 원금상환을 유예해주기도 하고 먼저 이자만 갚고 천천히 상환해도 되도록 융통성을 발휘한다. 2000만 원짜리 적금 통장을 만들고 1000만 원을 저축하면 나머지 1000만 원을 지원해주는 방법(IDA, 개인발전계정)으로 취약계층들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지역신협이 하는 일 중 하나다.
캐나다의 지역 금융기관들은 연말이 되면 주민들의 돈 씀씀이가 커질 것을 예상해 한 해 동안 기관을 이용해 준 고객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성탄절 펀드(Christmas Fund)를 조성, 파격적인 조건으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준다. 이 특별한 상품의 판매조건은 한 가지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구매하라는 것이다. 고객 사은행사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시켜 연말 특수를 '더불어 함께' 풍성하게 누리자는 아름다운 전략이 담겨져 있다. 이 펀드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 전액은 공공사업에 기부된다고 한다.
우리가 희망하는 건 금융회사의 적선이 아니다우리 금융회사들은 어떤지 살펴보자. 시중은행들은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전년에 비해 수익성이 악화되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나아가 저금리로 인한 순이자 이익 축소, 부동산 거래 위축 등 경기 불황에 따른 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수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묻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은행 직원들의 급여는 계속 올라 평균 1억이 넘어서는 등 안으로는 '돈 잔치'를 하면서 왜 고객들의 지갑만 털어내려 하는가? 은행 수익성 개선은 대관절 누구를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