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베트남 국빈 방문에 이주노동자는 곡소리

[주장] 이주노동자 출국 전 귀국보증금 예치, 과거로의 회귀다

등록 2013.09.04 16:25수정 2013.09.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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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 송출국들과의 고용허가를 갱신하는 과정에서 외국인력 제도가 퇴행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아래 외노협)는 4일 성명서를 내 최근 베트남 정부가 내놓은 불법체류자 감소 대책이 심각한 부작용과 함께 산업연수제로의 회귀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허가제 송출 국가들과의 양해각서 갱신 조건으로 '체류기간 만료자에 대한 불법체류 감소 노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구체적인 안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요구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지난 8월 25일 한국 고용허가제에 따라 선발된 이주노동자가 출국 전 1억 동, 우리 돈으로 약 560만 원을 귀국 보증금으로 예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2004년 8월 31일, 우리나라에 고용허가제로 최초 입국한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평균 송출 비용이 980달러, 당시 원화 가치로 117만6000원이라는 점, 그리고 2013년도 최저임금이 주 44시간 기준으로 월 109만8360 원이라는 점에 비교하면 560만 원이라는 돈은 엄청난 금액이다. 이것은 반 년 가까이 한 푼도 쓰지 말고 모아야 하는 금액을 귀국 보증금으로 예치하라는 소리다. 외노협에 따르면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귀국보증금을 예치하고 있어 이주노동이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고, 송출비용 마련 때문에 미등록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외노협은 '출국 전 과도한 귀국 보증금 예치는 송출비용을 줄여서 송출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고용허가제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고, 불법체류자를 줄이겠다는 목적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산업연수제도가 시행될 당시 이미 밝혀진 사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송출국 정부가 고액 귀국 보증금을 책정토록 한 것을 묵인하는 것은 외국인력 제도의 퇴행이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외노협은 만일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선물로, 고액 귀국 보증금 예치를 결정한 베트남의 이주노동자 송출이 허용된다면 이는 명백한 고용허가제의 퇴행이며,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고용노동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귀국 보증금 예치는 과거 현대판 노예제도라 비판받았던 산업연수생 제도에도 있었다. 송출업체들이 미등록자가 많이 발생하면, 송출 쿼터가 줄어들기 때문에 도입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 산업연수제 때는 미등록자가 합법체류자보다 훨씬 많았다는 사실이 말해 주듯이, 산업연수생들은 귀국 보증금을 예치하고 출국했지만, 그 돈까지 벌겠다는 생각으로 귀국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결국 예치된 귀국 보증금은 송출업체들 잇속을 채워주는 방편이 됐다.

이런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송출국 정부인 베트남 정부가 답습하겠다는 것이고, 베트남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등쳐서 잇속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적 경험이 있음에도 고용노동부가 베트남 정부의 귀국 보증금 예치를 방치한다면, 산업연수생 제도를 운영하던 이익집단과 다를 바 없다는 지탄을 받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관련 시민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주노동자 송출국에서의 귀국 보증금 예치는 일종의 이중과세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주노동자들은 입국과 동시에 귀국항공료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좋든 싫든 가입해야 하는 강제사항이다. 여기에 송출국에서까지 귀국보증금을 도입하도록 하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허리를 휘게 하는 정말 몹쓸 짓이라고 외노협을 비롯한 관련 단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귀국 보증금 예치라는 강제 조항을 통해 귀국을 유도하기 보다는, 송출비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송출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좀 더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 즉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허락하고, 근로계약 만기자에 대해서는 성실근로자라는 선별적 제도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재입국에 대한 우대사항 등을 두는 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이든 강제하는 곳에는 반발과 부작용이 있는 반면, 우대하는 곳에는 사람이 몰리게 돼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송출국 #이주노동자 #귀국 보증금 #고용노동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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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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