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모습20년 외국인력 제도 퇴행을 규탄하는 피켓이 보인다.
고기복
이어 규탄발언에 나선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의 이재산 소장은 "베트남 대사관은 귀국을 위해 여권을 연장하려는 자국 국민들에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돈을 요구하고, 여행증명서 발급조차 해 주지 않는다"면서 "그런 나라에서 귀국 보증금을 예치하라고 하고 있다, 귀국 보증금을 예치하라는 것은 결국 부패한 관료들의 잇속 챙기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국 전 귀국 보증금 예치, 산업연수제 답습
한국과 베트남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2004년 인력수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금까지 베트남 이주노동자 7만 명 넘게 고용허가제로 입국했다. 그런데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근로계약 만기 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미등록으로 남는 비율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베트남 정부가 미등록 감소를 위한 조치로 귀국 보증금 예치 제도를 만들었다. 이 제도에 의하면, 이주노동자는 합법적으로 근로 계약을 이행하고 일정에 맞춰 귀국하면, 출국 전 예치한 귀국 보증금 1억 동을 돌려받을 수 있다.
베트남은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국가들 가운데 제도 운영과 관련한 비리 문제로 인해 가장 많은 송출비용을 내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6월 이주인권연대 베트남 현지 실태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출국하기 위해 1인당 평균 1만 2천 달러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송출 절차와 비용 간소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2012년 10월, 국가인권위 어업이주노동자 인권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송출비용은 1266만 원으로 나아진 게 없었다.
이 말은 지금까지 1인당 1200만 원이 넘는 송출비용을 감당해 왔던 노동자들이 앞으로는 그 돈에 520만 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술적으로는 1800만 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2년에 걸친 송출 중단으로 출국하려는 이주노동자들이 상당 부분 적체된 만큼, 비리가 만연한 송출 구조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식의 귀국 보증금 예치는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에도 있었다. 송출업체들이 미등록자가 많이 발생하면, 송출 쿼터가 줄어들기 때문에 도입했다. 그러나 과거 산업연수제 때는 미등록자가 합법체류자보다 훨씬 많았다는 사실이 말해 주듯이, 산업연수생들은 귀국 보증금을 예치하고 출국했지만, 그 돈까지 벌겠다는 생각으로 귀국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결국 예치된 귀국 보증금은 송출업체들 잇속을 채워주는 방편이 되고 말았었다.
귀국 보증금 예치라는 강제 조항을 통해 귀국을 유도하기보다는, 송출비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송출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좀 더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 즉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허락하고, 근로계약 만기자에 대해서는 성실근로자라는 선별적 제도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재입국에 대한 우대사항 등을 두는 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억압과 통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귀환 프로그램 마련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