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살고 싶다

[주장] 부정선거 혐의와 내란음모 혐의가 빚어낸 한국 사회의 광풍

등록 2013.09.09 09:34수정 2013.09.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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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한국 사회에는 몰상식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현 정부의 부정선거 혐의를 다루는 와중에 발생한 어느 야당의 내란음모 혐의로 인해 한층 더 격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광풍을 조성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로 인해 이익을 볼 것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은 지극히 단기적 이익에 불과하다. 얼마 안 가 이들이 조성한 몰상식으로 인해 자신들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조차 상처를 입게 만들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상식은 양날 달린 칼을 감싸는 손잡이와 같다. 칼은 필요한 도구이지만 손잡이가 없으면 쓰는 사람도 다칠 수 있다. 손잡이 없는 칼을 휘두르는 사람은 얼마안가 자신도 그 칼날에 상하게 되어 있다. 상식이라는 손잡이를 확실하게 마련해두는 것이 칼을 휘두르는 사람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1. 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우리 공동체가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그런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단지 어떤 종류의 고소가 있었다고 해서 혹은 언론에 범죄혐의가 보도되었다고 해서 범죄자로 취급하는 사회는 얼마나 불안하고 불행할까? 이 불행한 사회에서는 고소와 고발이 남발하게 될 것이다. 불신과 저주가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한 지출될 사회적 비용이 엄청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현상은 우연히 나타난 게 아니다.

물론 민주시민이라면 부정과 불의에 대해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중시하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한국 정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가장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분야이다. 30년 동안의 군사독재정권들이 무고한 정치범들을 양산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독재정권들은 그들이 정치적 위기를 맞을 때마다 간첩단이나 내란음모를 조작하고 휘하의 언론들을 총동원하여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곤 했다. 군사독재에 극렬히 반대하는 극좌 진영도 간간히 이와 유사한 오류를 범하곤 했다. 선한 목적을 위해 악한 도구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전략이었는데 결국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겨우 혐의를 제기했을 뿐인데 해당 국회의원의 제명을 제안하거나 해당 정당의 해체를 논의하는 것은 참으로 몰상식한 태도다. 비록 당면한 범죄혐의가 매우 위중하다 하나 이제 겨우 혐의를 제기했을 뿐이다. 고소인은 범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을 충분히 제출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피의자는 자신을 방어할 만한 기회와 준비를 가져야 한다. 국회가 면책특권을 제거한 것은 나름 타당하다. 혐의의 중요성으로 보아 사법당국이 좀 더 용이하게 집중적으로 조사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가 면책특권을 제거했다는 것이 해당 국회의원의 범죄 혐의를 인정했다는 뜻이 아니다. 국회는 입법부지 사법부가 아니다.

2. 나는 피의사실 유포죄를 범하지 않는 정부 하에 살고 싶다.


나는 범죄 혐의자의 피의사실을 의도적으로 유포하지 않는 그런 정부 하에서 살고 싶다. 어떤 범죄혐의가 발표되면 사람들이 그 내용을 궁금해 하는 게 당연하다. 언론들은 사운을 걸고 피의사실에 관한 특종을 얻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소인의 신분인 사법당국이 법원의 심리가 시작하기도 전에 피의자의 혐의와 관련된 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매우 부당하며 위법적이다. 원칙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법정의에도 역행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건의 경우 정부는 피의자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지위에 있다. 지금처럼 피의사실을 고의적으로 흘리는 것은 범죄행위이다. 많은 사실 중에서 고소인에 유리한 부분만 알려서, 때로는 왜곡까지 하면서, 범죄기소의 타당성을 만들어 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참 이런 정부 하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우리 사회의 언론이 참 걱정이다. 보다 나은 사회가 되려면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은 국가발전의 장애물이다. 공정한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각 언론사가 당파적일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센세이셔널리즘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분별과 상식은 지켜져야 한다. 최근의 사건을 보면 보도의 품위를 찾기 힘들다. 어떻게 입수했는지 알 수 없지만 매우 구체적인 피의사실을 입수하여 선별적으로 유포하는 모습이 거의 특정 정당의 기관지와 같다. 설상가상으로 그 피의사실의 범죄 확정을 유도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포하고 있다. 그 어느 때 겪었던 인민재판과 유사하다. 참 무서운 일이다.

현재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의 몰상식이 반드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두 가지 차원에서 그러하다. 첫째는 민주사회에서의 권력 교체 차원이다. 언제 어떻게 야당이 될지도 모르는 데 피차에 상식적인 선을 만들지 아니하면 미래에 같은 방식으로 보복을 받을 수 있다. 때로 이러한 보복을 두려워하여 영구집권을 꿈꾸기도 한다. 둘째는 집권 서클 내에서의 권력 투쟁 차원이다. 원래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기 힘들다. 어떤 집권층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내부에 권력 투쟁이 있기 마련이다. 권력자로서 권력 외부에 부과했던 억울함이 언제 권력 내부에서 패배자로서의 자신에게 되돌아올지 모른다. 혹시나 당할지도 모르는 억울함을 줄이고 정당한 경쟁에 승복하려면 상식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3. 이익의 충돌을 피하는 사회를 만들자.

이익의 충돌을 피하는 것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업무의 수행에 있어서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이 얽히면 공직자는 당연히 공적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부정부패가 난무하게 되고 공직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꼭 추구해야 할 사적 이익이 있는 사람은 공직을 삼가는 게 좋고, 일단 공직을 맡았으면 그 임기 동안에는 사적 이익 추구를 삼가는 게 좋다.

현 정부는 부정선거 혐의를 받고 있다. 아직 그 문제를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야당의 내란음모 혐의를 들고 나서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내란음모란 매우 중대한 혐의이고 반드시 철저히 규명해야 할 범죄이다. 지금처럼 하면 부정선거 혐의에서 국민들의 눈길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다. 물론 소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서 당장에 제거하지 않으면 국가가 심대한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관계당국이 발표한 혐의 내용을 보면 꽤 오랫동안 추적해온 일이며 지금 당장에 봉기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정선거를 주도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당사자인 국가정보원이 특정 야당의 내란음모 혐의를 들고 나서는 것은 명백히 사적 이익이 공적 이익과 충돌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득이 야당의 내란음모혐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 국정원이 주도하기보다는 제3자를 내세워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정선거 혐의란 내란음모 혐의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다. 내란이 국가질서의 문제라면 부정선거는 국가 정통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공직선거법이 꽤 엄격하여 징역형 혹은 백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시장이나 국회의원보다 대통령의 경우 더욱 엄격하게 이 벌칙을 적용하는 게 당연하다. 선거결과에 복종한다는 야당의 표현은 부정선거가 아닌 경우에 해당한다. 법치국가에서는 부정선거에 복종할 권리가 어느 누구에도 없다. 조사결과 혐의 자체가 해소될 수도 있으므로 현 정부는 가급적 빨리 이 문제를 마무리 짓는 게 좋다. 빨리 매듭짓고 법에 따른 조치가 있어야 국가의 정통성이 유지될 수 있다.

때로 국가정보원과 정부를 분리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상식에 어긋난다. 국가정보원은 정부의 중요한 일부분이고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이 정부의 수반이다. 정부를 몸으로 치자면 국가정보원은 눈과 귀이고 대통령은 머리다. 눈과 귀가 벌인 일을 머리가 모른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단 공무원이 공무를 빙자하여 범한 죄나 손해도 정부가 배상하고 있다. 하물며 정부의 핵심 부서인 국가정보원이겠는가?

4. 결국 모든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책임이다.

민주사회에서 결국 모든 책임은 주권자인 국민이 진다.

어느 야당이 범한 것으로 제기되는 내란음모 혐의의 내용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대학 새내기의 대화라도 그보다는 더 수준 높을 것이다. 문제는 이 혐의 내용이 진실인가 또는 처벌할 만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직 범죄로 확정되지 않은 혐의 내용으로 흥분하고 격분하고 처벌의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일단 상식적 절차에 따라 다뤄야 한다. 만일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정당에 표를 준 국민들이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의 발표 혹은 언론의 보도를 무분별하게 믿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를 속인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금언이 있다. 한 번 속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꾸 속는 것은 전적으로 속는 사람 책임이다. 문제는 자꾸 속아주는 사람들 때문에 속지 않으려고 애쓰는 다른 사람들조차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자꾸 속아주는 사람은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다. 민주시민은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 이행기에 있는 국민들은 좀 피곤할 수밖에 없다. 민주적 상식과 문화가 잘 정착될 때까지 정부를 끊임없이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정권교체가 발생했다고 하나 우리가 과거 군사독재정부의 문화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를 확신할 수 없다. 권력의 맛이란 매우 달콤해서 나쁜 것은 쉽게 닮기 마련이다. 적대적 공생관계라고도 하는 데 서로 맹렬히 싸우지만 하는 짓은 똑 같다. 이들은 상대방의 몰상식한 행동이 나의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군사독재로 30년을 보냈으니 민주체제가 정착하는 데도 30년은 족히 걸리게 되어 있다.

정당들이 좋은 정책으로 경쟁하게 만드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수시로 진행되는 각종 선거들에서 국민들이 표로서 보여주는 방향이 바로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갈 방향이다. 국민들이 헛된 이데올로기나 지역감정이나 연고주의에 경도되어 정신을 못 차리면 한국 정치도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국민들이 국민 복지와 사회 정의에 관심을 가지는 정당에게 표를 주면 모든 정당들이 복지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 모든 것은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상식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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