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목을 자른 후 땅속에 숨어 있는 범인 흰벌레
최오균
아, 그랬더니 사진처럼 이렇게 큰 흰벌레가 나오질 않겠습니까? 세 포기 다 땅을 파보니 같은 벌레가 튀어나왔습니다. 갈고리 같은 노란색 발이 나 있고, 머리는 연분홍색이며 몸뚱이는 약간 투명하며, 검은 입을 가진 벌레는 둥그런 원을 그린 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죽은 시늉을 하며 위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배추나 겨자 상추 등 다른 채소에는 없는 것 같은데, 유독 이 생채 상추에만 발견되고 있습니다. 꼭 굼벵이 모습을 닮았지만 발이 굼벵이 보다는 길고 몸에 털이 없는 것으로 보아 굼벵이는 아닌 것 같군요. 정확한 이름이 무엇인지 곤충 도감을 뒤져보아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벌레들이 옮겨 다니며 생채를 자르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상추 잎이나 뿌리를 먹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잘린 상추를 호미로 파서 뿌리를 보니 그대로 있고, 잎도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야, 그럼 넌 재미로 상추를 자르니? 이건 아닌데. 네가 상추를 이렇게 재미로 제거를 한다면 할 수 없이 나도 너를 제거를 할 수밖에 없구나."보통 배추 벌레를 잡으면 멀리 다른 곳에 옮겨 주고 말지만, 재미로 상추를 싹둑 잘라 버리는 이 녀석은 그대로 둘 수가 없습니다. 핀셋으로 녀석을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주둥이에 날카로운 톱니 같은 두 이빨을 드러내며 마구 자르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