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술정리 하씨 초가는 작은방, 대청, 큰방, 부엌으로 된 네 칸 一자형 홑집이다.
김종길
그 집 뜰에는 가을 국화가 탐스러웠고 맨드라미가 붉었던 기억이 있다. 창녕 읍내 한갓진 곳에서 맞닥뜨린 옛집에서 나는 가을을 읽는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아니, 이 집에 처음 갔을 때는 이미 10년 하고도 몇 해가 더 흐른 것 같다. 새삼 이 집이 떠오른 건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자 청마루에 누워 하얀 달빛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최근에 지은 듯한 대문채가 다소 우악스럽고 그 너머로 앞을 꽉 막는 기와로 지은 사랑채가 더욱 공간을 비좁게 한다. 다만 정성 들여 처마 아래 심어 놓은 국화·원추리·맨드라미·모란·능소화·영산홍 등의 꽃과 나무들, 고추·가지 따위의 푸성귀들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기운이 일순간 기분을 바꾸어 살짝 들뜨게까지 한다.
억새로 이은 지붕, 20년 이상 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