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델라브로 지상화바다에서 보이는 촛대 모양의 지상화. (2011년 6월 사진)
정광주
바예스타 섬으로 가기위해 배를 타고 파라카스 항구를 출발하면, 바다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것은 파라스르 반도의 페헤이 곶에 있는 '칸델라브로'라는 지상화이다. 이것은 나스카의 지상화와 같은 형식으로 그려진 그림으로, 촛대모양의 거대한 지상화를 배 위에서 볼 수 있다. 황량한 섬의 능선에 그려진 지상화는 황토색의 비탈면에 뚜렷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촛대라는 뜻의 칸델라브로라는 이름을 가진 이 지상화는 길이 약 187m, 폭 70m, 선 깊이 1m, 선폭 4m 로서 낮은 황토색 산비탈 같은 곳에 그려져 있으며 바다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 지상화는 스페인사람들이 500년 전에 그렸다는 주장과 나스카 지상화와 마찬가지로 잉카 이전에 그려졌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날씨가 맑고 청명한 날에는 20km 밖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도 뚜렷한 모양을 볼 수 있다. 그리 견고해 보이지 않는 이 지상화는 바다의 영향을 받은 염도가 높은 안개의 습기와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의 특성 때문에 황토에 새겨진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오래도록 남는 것이라고 한다.
칸델라브로 지상화를 지나서 1시간 정도 배를 타고가면 바예스타 섬이 나타난다. 바예스타 섬은 오래 전에는 과노라고 하는 비료 산업의 원료가 되는 광물자원이 있었던 곳이나 지금은 온갖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지로 보호를 받고 있다. 보호지구로 지정된 파라카스의 바예스타 섬에는 여러 종류의 물개와 훔볼트펭귄, 페루부비, 과노가마우지와 잉카제비갈매기를 비롯한 새들이 엄청난 무리를 이루며 바위섬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바예스타 섬은 '작은 갈라파고스 섬'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고 또는 가난한 사람들의 갈라파고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다윈의 진화론으로 유명한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섬에 가기에는 시간과 돈이 부족한 가난한 여행자들이 가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바예스타 섬이 갈라파고스의 섬에 비견될 만큼이나 풍부하고 다양한 생물자원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바예스타 섬은 조류 학자들도 자주 방문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조류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