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취참취와 비이슬이 잘 어울린다. 여러송이의 이슬보다 하나만 있으니 또 다른 맛이다. 참취와 비이슬에 취한 가을날이다.
김민수
폭우가 내린 탓인지 사진 모델이 되어줄 만한 꽃이 없다. 아니, 폭우가 내린 탓이 아니라 내가 서있는 곳이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시기 때문이다. 가을꽃들 앞을 다퉈 피어나는 시긴데, 꽃이 없을 리가 없다. 꽃이 없는 것이 아니라, 꽃이 없는 곳에 서 있는 것이다.
마침 몇 해 전, 화단에 참취를 심어 꽃을 보았다. 그 뒤로는 애써 가꾸지 않아도 취나물이 화단에 무성하다. 제법 뜯어먹어도 가을 이맘때면 서너그루는 꽃을 피운다.
민들레 씨앗을 찾고 싶었으나 찾질 못했다. 민들레 대신 참취로 헛헛함을 달랜다. 참취를 가만 들여다보니 비이슬이 하나씩 맺혀있다. 어제 온 비일까? 아니면, 오늘 아침에 내린 비가 아직도 남을 것일까?
이전에 그냥 바라보던 모습과는 또 다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하더니만, 그 꽃이 그 꽃인데 또 새롭다. 그 새로운 것 정성스레 담다보니 비이슬 맺힌 참취에 오후가 취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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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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