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대전공장에서 근무하다 회사를 비판, 명예훼손 등 이유로 지난 2010년 3월 해고된 정승기씨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추석 앞두고 심란하네요.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지난 14일 정승기(51)씨가 기자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 내용이다. 그는 이날 아침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복직한 지 두 달 만에 받아든 해고통지서에 그는 당황했다.
전화통화를 하는 내내 그는 기자에게 몇 번씩 되물었다.
"제가 정말 두 달 동안 해고될 말한 일을 했나요? 복직됐다고 기뻐하던 가족친지들을 추석에 만나면 뭐라고 말해야 하죠?"1993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입사한 그는 회사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주는 상을 열 몇 번을 받았다.
2004년 동료의 죽음에 '충격' 2004년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일이 벌어졌다. 친한 동료 한 명이 작업 도중 기계에 머리를 눌려 사망했다. 회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기계를 돌렸다. 노조도 태연했다. 노조는 동료의 죽음에도 대의원 연수를 떠났고 집행부와 대의원 누구도 장례식장을 찾지 않았다. 근조 리본을 작업복에 달고 작업장에 가자 관리자가 "이곳은 일하는 곳이지 장례식장이 아니다"며 리본을 뗄 것을 요구했다. 정씨는 당시 일에 대해 "추모마저 못하게 하는 회사 분위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 말까지 각종 질환으로 10여 명의 동료직원들이 죽어나갔다. 그는 회사를 상대로 쓴소리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상장 대신 징계가 뒤따랐다. 그는 지난 2010년 3월 해고됐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 1·2·3심 모두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사측은 고등법원 재판부가 재판과정에서 '정직 3개월'에 '원직 복직'을 조정안으로 제시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등법원은 지난 2월 판결문을 통해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 행해져야 한다"며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해고처분은 (징계범위를)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한국타이어가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자 이례적으로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를 할 이유조차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씨는 법원의 판결로 지난 7월, 3년 4개월여 만에 복직됐다. 그로부터 두 달 만에 또 다시 한국타이어는 갈 수없는 곳이 됐다.
두번째 해고사유 "연차를 3일이나 사용하고 유인물 배포"복직된 지 두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씨는 "복직 이후 정말 성실히 일했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 징계위원회가 보낸 해고통지문에 기재된 내용은 이렇다.
"복직해 근로를 시작한 지 보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노조활동을 빙자하여 연차를 3일이나 사용하고 (3회에 걸쳐 허위사실이 기재된)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본래의 업무를 소홀히 하였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회사에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하겠다는 진정한 의사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사측은 이외에도 지난 2008년 있었던 일부터 끄집어 내 해고사유에 포함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부당 해고'여부를 다투면서 '해고에 이를 정도로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복직 이후 두 달간 있었던 일은 '3일간 연차를 사용하고 회사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3차례 배포'한 게 전부다. 연차는 '사업자가 직원에게 1년에 일정 기간씩 주도록 정해진 유급 휴가'다. '무단결근'이 아닌 '정해진 유급휴가를 사용한 일'이 징계 또는 해고사유가 될 수 없는 건 자명하다. 게다가 사측은 지난 2008년 정씨를 대전물류센터로 전보발령하면서 근로조건과 관련 '법령 및 사규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조활동 및 정당 활동에 어떠한 제약도 없다'고 안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