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담
김향미·양학용, 이 부부는 평범한 이들은 아니다. 결혼하고 10년이 되던 해에 전세금을 빼서 세계여행을 떠났다. 이럴 때 부부 마음이 하나가 되는 건 참으로 중요하다. 967일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닌 부부는 한국으로 돌아와 여행기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를 책으로 출간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부부는 제주도로 간다. 전세금까지 몽땅 빼서 여행을 다녀온 부부는 귀국한 뒤 새로운 삶을 꿈꿨고, 제주를 선택했던 것. 양학용씨는 제주교육대학에 입학,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어찌 보면 일상으로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행은 생각보다 혹은 기대보다 긴 여운을 남기는 법. 그건 여행을 떠나본 이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여행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귀하디귀한 경험이라는 것을 체득한 그는 아이들에게도 그 경험을 나눠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을 위한 여행학교'를 준비하게 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참여 신청을 한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여행학교'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보통의 여행이 숙소, 교통편을 전부 미리 준비하고 일정에 따라 똑같이 움직이는데 반해, 이 여행학교는 현지에서 직접 아이들이 숙소를 찾아서 정하고,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지 알아서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양학용씨의 계획은 이랬다. 아이들을 4~5명으로 모둠을 만들어주고 모둠별로 알아서 숙소를 정하고 식사를 하고, 여행지를 돌아다니도록 하는 것. 여행지에서 바람처럼 자유로워지게 아이들을 놓아준 것이다. 그가 아이들에게 요구한 것은 딱 하나. 저녁마다 일기를 쓰는 것. 아이들이 쓴 일기는 <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에서 일부 실려 있다. 아이들의 일기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여행이 어떤 의미로 자리매김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래서 기록이 필요한 거다.
여행 인솔자인 김향미·양학용 부부는 그런 아이들을 가까이 혹은 멀리서 지켜보는 역할만 하겠단다. 그렇다고 감시를 하는 건 아니다. 가끔 조언만 해줄 뿐이고, 답답하고 속이 터져도 꾹 참고 그저 지켜만 본다는 것이다.
대학생이야 다 컸으니 그게 가능하겠지만, 중·고등학생들이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그게 가능할까? 이런 의문이 당연히 생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야무지고 똘똘하고, 현실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다. 단지 부모들이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것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