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오신 유의배(알로이시오) 신부님이 아흔아혼살의 할머니 노래에 춤을 추고 있다.
김종신
#2. 어둠이 물러가고 해가 떠올랐다. 태양은 어제와 오늘 똑같았지만, 사람들은 오늘을 한가위라 부르고 며칠 전부터 이날을 위해 준비하고 머나먼 고향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주님의 방'이란 애칭으로 불린 주방에서는 추석 음식 만드느라 모두 바쁘다. 다행히 어제 내내 누워 있던 할아버지는 기력을 찾아 할머니와 함께 아침을 드셨다. 곁에 앉은 할머니께서는 오늘도 앞이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 옆에서 추석을 맞아 나온 각종 기름진 음식과 과일 등을 부지런히 챙겨 입에 넣어주었다.
요양원 성당에서 미사 전례를 마친, 스페인에서 오신 푸른 눈의 유의배(알로이시오) 신부님이 침대에 누운 아흔아홉의 '하동댁' 김 마리아할머니의 노랫가락에 따라 손을 맞잡고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