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조건만남' 문자...이 남자 처벌해주세요"

성매매금지법 시행 9주년 맞아 청소년 성매매방지 캠페인 벌여

등록 2013.09.26 10:32수정 2013.09.2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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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구여성인권센터가 성매매방지법 시행 9주년을 맞아 대구백화점 앞에서 마련한 행사에서 청소년 댄스 동아리팀이 춤을 추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구여성인권센터가 성매매방지법 시행 9주년을 맞아 대구백화점 앞에서 마련한 행사에서 청소년 댄스 동아리팀이 춤을 추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 조정훈


"모르는 남자가 카톡(카카오톡)으로 말을 걸어왔어요. 조건만남을 하자는... 상당히 불쾌하고 겁이 나서 바로 차단했어요. 우리반 친구들도 여러명 이런 문자를 받았다고 해요. 학생들에게 이런 문자 보내는 사람들 처벌했으면 좋겠어요."

여고생인 이아무개(16, 고1)양은 얼마 전 휴대전화를 통해 조건만남을 의미하는 이상한 문자를 받고 겁이 나서 바로 지웠다.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휴대전화를 통해 이런 문자를 받은 친구가 한 둘이 아니었다. 대부분 낯선 사람의 문자를 차단했지만 호기심으로 답장을 보낸 친구들도 있었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곳에서 성매매가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유흥업소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조건만남이나 원조교제를 암시하는 문자가 온다. 단속은커녕 심지어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대구여성인권센터는 성매매방지법시행 9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와 성매매여성 비범죄화를 위한 여성인권행동'과 청소년 성매매예방 캠페인 '잠깐만요, 성매매 뭐가 문제인지 알고 가실게요'란 주제의 홍보행사를 했다.

이날 행사는 대구의 성매매업소 집결지를 조사한 지도와 성매매의 불법성을 알리는 피켓, 성매매업소 여성들의 인터뷰 내용 등을 전시하고 우리동네 성매매업소 바꾸는 그림그리기, 청소년 길거리상담 등으로 진행됐다.

a  대구여성인권센터가 조사한 대구지역 성매매 집결지. 성매매는 범죄다.

대구여성인권센터가 조사한 대구지역 성매매 집결지. 성매매는 범죄다. ⓒ 조정훈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날 행사의 의미에 대해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청소년들에게까지 성매매를 요구하는 남성들이 상당히 많다"며 "청소년들을 성매매로부터 보호하고 성매매는 범죄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박진영 대표는 또 "성매매는 상대적으로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 의해 힘없는 여성들이 당하는 착취일 뿐"이라며 "성매매는 남녀를 떠나 가진 게 없는 99%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문자에 대해 '응징'하는 쪽지를 붙이기도 했다. 이들은 "됐거든, 청소년을 지켜주세요", "그 돈으로 부모에게 효도하세요" 등의 쪽지를 붙였다.

이날 형형색색의 가발을 쓴 행사 참가자들은 '성매매 STOP'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자전거를 타고 시민들에게 성매매의 불법을 알리는 홍보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대구에서부터 성매매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왔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a  대구여성인권센터 회원이 받은 대화문자. 18세 고등학생이라고 밝혔지만 조건만남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여성인권센터 회원이 받은 대화문자. 18세 고등학생이라고 밝혔지만 조건만남을 요구하고 있다. ⓒ 조정훈


a  대구여성인권센터와 여성단체들은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성매매방지법 시행 9주년 행사 캠페인을 벌였다. 사진은 휴대폰을 통한 무차별적인 성매매유혹 문자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을 적은 글이다.

대구여성인권센터와 여성단체들은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성매매방지법 시행 9주년 행사 캠페인을 벌였다. 사진은 휴대폰을 통한 무차별적인 성매매유혹 문자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을 적은 글이다. ⓒ 조정훈


한편 대구여성인권센터와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와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를 위한 여성인권행동은 지난 2002년 1월 화재참사로 죽임을 당한 성매매여성들을 기리는 '2013민들레순례단'을 전북 군산시 대명동과 개복동에서 26일 진행한다.

이들은 이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성매매가 일상화된 공간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며 "성매매현장에서의 경찰 등 공권력의 부정과 부패, 유착비리, 위력으로 통제하는 알선업자, 성매수자들의 폭력이 여성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매매는 성착취일 뿐이고 그 안에서 인권은 단지 누군가의 오락과 수익을 위한 노리개일 뿐이다"라며 "'개복동 여성인권센터 건립추진위원회'와 함께 올해 초 건물철거를 한 개복동 화재현장에 '인권과 평화의 공간'이 새롭게 만들어지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매수자와 성매수알선행위자 처벌을 강화하고 성매매여성을 비범죄화하는 법개정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a  대구백화점 앞에서 25일 오후 열린 성매매방지법 시행 9주년 행사에서 학생들이 '우리동네 성매매업소'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구백화점 앞에서 25일 오후 열린 성매매방지법 시행 9주년 행사에서 학생들이 '우리동네 성매매업소'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조정훈


#성매매방지법 #대구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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