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곳곳에 움막을 설치해 농성하고 있는데, 최근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소재 127번 철탑 현장에는 움막이 새로 만들고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며 무덤을 만들어 놓았다.
윤성효
밀양 주민들은 한국전력이 송전탑 공사 재개를 강행한다면 '제2의 이치우 어르신'이 나올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고 이치우(74,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씨는 2012년 1월 한국전력이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자 "내가 죽어야 해결된다"며 분신자살했던 것이다.
고 이치우씨가 자살하자 한국전력은 공사를 중단했고, 장례는 지난해 3월 치러졌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장례를 치른 뒤인 지난해 4월 보라마을 분신현장을 찾기도 했는데, 유족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밀양 송전탑 갈등은 언론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환경·시민단체도 결합하지 않고 오직 해당 지역 주민들이 몸으로 공사를 막았던 것이다. 당시 고 이치우씨가 분신했던 것은 주민들의 고립감도 한몫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른가. 언론과 정부의 관심은 그때보다 높지만, 주민들의 고립감과 위협감은 여전하거나 더 심해졌다. 주민들은 대규모 경찰이 투입된다는 소식에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한국전력이 용역을 투입했지만, 지금은 경찰에 현장보호 요청을 한 상태다. 이성한 경찰청장까지 밀양을 방문해 엄정 대처 방침을 밝히고 있다.
밀양에 투입되는 경찰 기동대 대원은 3000명으로 예상된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공권력 투입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열어 오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정확히 숫자가 3000명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고 말했다.
"엄청난 공권력 투입된다면 반드시 사고날 것"
송전탑 공사 재개에다 대규모 공권력 투입까지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3000명이라는 엄청난 공권력을 통해 힘없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면 반드시 사고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